등록 : 2013.06.24 16:21
수정 : 2013.06.24 16:21
일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태
일본에서는 2000년대에 사회책임경영 붐이 불면서 관련한 제도들도 속속 갖춰지고 있다. 경제주간지 <동양경제신보>가 낸 ‘CSR 기업 총람’(주요 대기업 1000여사 답변)을 보면, 사회책임경영 담당 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은 2005년 26%에서 2012년에는 70%로 늘었다. 담당 임원을 두고 있는 기업은 35%에서 63%로, 사회책임을 구체적인 행동 방침으로 제정해 놓은 기업은 같은 기간 24%에서 52%로 증가했다.
즉 사회책임경영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하나의 경영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경영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이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짚어보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관행화
많은 일본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글로벌기준인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 ‘ISO 26000’을 많은 기업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공개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다. 게다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사업보고서와 달리 법적 제재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기업은 내고 싶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의 문제점과 과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사의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제도 소개가 중심이다. 둘째, 비재무적 정보(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공개에 대한 기준이나 범위가 모호하다. 즉 기업의 본사를 포함하는지, 그룹 전체를 다루는지 등에 대한 기준과 단위, 기간이 명확하지 않다. 셋째, 보고서에 담기는 내용이 공개하고 싶은 정보에 한정되기 십상이며, 부정적인 정보나 위험에 대한 정보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넷째, 많은 보고서들이 독자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는다. 다섯째, 경영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과 의사소통 등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긴 비재무적 정보의 정확성, 신뢰성, 비교 가능성 등을 기대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많은 보고서가 발간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양하며 종합적인 기업 평가의 향상에 반드시 기여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재무 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하나로 묶어 ‘통합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사회책임경영을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에 내재화하여 그 성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조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회사법이나 상장 때 적용하는 규칙 등을 통해 의무화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대기업과 경제단체에서는 사회책임경영은 기업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법률 및 규제 등을 제정하는 것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아베 정부 들어서도 아직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일련의 경영 관행이 자발적이었던 것에서 점차 경성법화되고 있는 움직임이 보인다. 2010년 11월에 발효된 ISO 26000은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과정들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향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시장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투자자, 금융기관 등의 이해관계자가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각각의 책임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기반해서 경영을 하는 데 걸림돌로 금융기관의 단기 행동 원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제표의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회적·환경적 문제가 기업의 장래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더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은 기업이 제대로 된 사회책임경영을 하도록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리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광고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