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4 16:52
수정 : 2013.06.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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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 사업을 개발중인 고르카 지역 남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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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 들어선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품고 있는 네팔. 하지만 소득은 낮아서 국민의 4분의 1이 절대빈곤(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 상태에 놓여 있다. 일자리가 부족해 매년 30여만명이 취업을 위해 국외로 나간다. 이 나라가 벌어들이는 외화의 60%가 이들이 국내로 보내오는 돈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귀국하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그동안 저축한 돈을 다 쓰고 또 국외에 나갈 기회만을 엿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네팔 경제에 관광과 공정무역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관광은 이주노동자 송금에 이어 두번째로 큰 외화획득 수단이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에 비춰 볼 때 네팔의 관광산업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또 네팔을 상대로 한 해외의 공정무역은 현지의 소생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소득원이지만,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떨어져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성공회대, 코이카 지원 받아 문 열어
지난달 4일 외국공관들이 많이 몰려 있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 라짐파트 지역에서 한국-네팔 합작의 ‘사회적기업지원센터’(S.E.A Center)가 문을 열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고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가 만든 S.E.A센터는 앞서 말한 네팔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사회적기업 중 공정여행과 공정무역 분야에서 선구자 격인 ‘트래블러스맵’과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가 센터에 컨소시엄으로 들어와 있다.
센터에는 현지에 설립한 공정여행사 ‘맵네팔’(Map-Nepal)과 공정무역 관련 훈련센터인 ‘디자인 교실’, ‘미뜨니’라는 이름의 공정무역 가게와 카페가 입주해 있다. 또 일부 공간을 교육실, 여행자 허브, 오픈 오피스, 워크숍 룸 등으로 개방하여 잠재력을 지닌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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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 전문가인 고빈다 디탈 박사와 함께하는 공정여행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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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주노동자, 여행가이드로 훈련
아울러 이 사업은 현지 비정부기구(NGO)들과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의 사회운동단체인 ‘아시아인권문화개발포럼’ 등이 그런 단체다. 이주노동과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 속에서 일부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등 외국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기관이나 지역개발센터, 비정부기구 등을 조직해 네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인권문화개발 포럼은 이주노동자들과 지역주민, 특히 여성들을 위하여 학교를 세워 운영하기도 하고 봉제, 세차 등을 하는 사회적기업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트래블러스맵의 지원을 받아 공정여행사 ‘맵네팔’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센터와 함께 귀환 이주노동자들을 여행 가이드나 기획자로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5월18일에는 1차 훈련생 5명이 공정여행 가이드 양성 및 한국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소수민족 마을은 홈스테이 사업 개발
아울러 센터는 소수민족 마을 3곳을 선정해 홈스테이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위주인 네팔 관광산업에서 일부 상업시설은 혜택을 보지만 현지 주민들은 별로 건지는 게 없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카트만두 인근의 문화유적도시인 박타푸르 주변의 창구 마을에서는 이 지역에서 수년 동안 지역개발 사업을 실시해온 ‘비욘드네팔’ 주관으로 홈스테이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
카트만두 서쪽의 고르카 지역에서는 20년 이상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해온 전문 엔지오인 시코더(CCODER)와 협력해, 마나카마나 사원 인근의 베트니 마을과, 좀더 오지에 있는 남키 마을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베트니 마을에서는 이미 몇차례 홈스테이 시범사업을 실시했는데,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고 마을 환경과 위생상태가 확연히 개선됐으며, 주민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개발 전문가인 고빈다 디탈 박사(시코더 대표)는 “이미 국제개발 분야에는 유럽 사람들이 주도하는 지역기반 관광사업이 아시아 지역에 많이 퍼져 있다”며 “이는 농작물 판매 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지역주민들이 마을의 관광자원을 직접 조직하고 참여하면서 환경도 보전하고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며 그 수익을 다시 마을을 위해 공동으로 활용하는 긍정적 모델”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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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교실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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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봉제교실 열어 기술교육 나서
네팔의 공정무역은 2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주요 공정무역 단체들은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가장 바닥에 있는 소생산자들의 기술 수준은 늘 제자리를 걸었다. 납품기한을 잘 맞추지 못하고, 품질과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현지 공정무역 관계자들이 진단이다. 따라서 네팔의 공정무역의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전문 역량을 높이는 지원이 절실하다.
현지 조직들은 외국 전문가들의 단기 자원봉사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수준을 향상시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S.E.A센터는 소생산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디자인교실과 함께 전동 재봉틀이 설치된 봉제교실을 마련하고, 중고급 봉제교실·패턴교실·디자인교실 등 3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력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자주 되는 통에 발전기까지 설치했다. 디자인교실을 주관하고 있는 차승민씨는 “현재 S.E.A센터에서 진행하는 중고급과정의 디자인아카데미는 기존에 네팔에서 사회복지단체들이 진행해온 기초봉제교육과는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디자인아카데미를 통해 네팔 공정무역 소생산자들의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네팔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개인들은 많다. 이들의 역량을 모아내고 조직화하는 일에 S.E.A센터가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트만두/글·사진 이영환 성공회대 교수·카트만두 사회적기업 활성화 지원사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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