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4 16:56
수정 : 2013.06.24 16:56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제’ 시행 2년
투명함은 책임있는 행동의 첫걸음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면 재무정보를 비롯한 경영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따른다. 주주와 채권자,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도 이럴 때 가능해진다.
자율 참여기업 100곳 대상 설문조사
기업 경영 방식을 도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회적기업의 투명성은 한층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업력이 일천하고 규모가 작은 곳이 많아 경영 성과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이 갖고 있는 비전과 사명에 기초를 두고 경제·사회·환경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통해 신뢰성 높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제도를 시행한 지 2년여가 흐름에 따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5월말 ‘2013년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이행 수준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진단해 봤다. 대체로 사회적기업들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명시적인 비전과 정책은 어느 정도 수립한 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행·관리 담당 둔 기업은 6% 불과
조사 결과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설문에 참여한 사회적기업 가운데 내부 또는 외부 이해관계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경제적 비전을 갖췄다고 답한 곳은 96%에 이르렀다. 또 비전 달성과 관련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회적기업도 90%가 넘었다.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관리할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다고 답한 사회적기업은 전체의 6%에 그쳤다.
또, 사회 및 경제적 성과를 정기적으로 외부에 공개한다는 사회적기업은 13%에 불과했다. 성과 창출을 위한 명시적인 비전 및 정책 수립엔 관심이 있지만 외부에 이를 공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유하고, 취약한 점을 보완해 경영 전반에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 단계엔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올해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에 참여한 이유로 투명성을 높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투명한 기업경영’,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판로 개척’, ‘기타 다양한 인센티브’ 등 네 가지 보기 중에서 사회적기업들은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해 참여했다는 항목에 가장 높은 4.54점(5점 만점)을 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도 4.19점을 줘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경영공시를 홍보나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판로 개척’을 꾀하겠다는 의견(4.05점)과 기타 다양한 인센티브가 기대되어 진행한다는 의견(3.74점)엔 상대적인 동의 수준이 낮았다.
조사 결과 경영공시 참가 목적은 대체로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투명경영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신뢰성 높은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참여 사회적기업 10곳 가운데 8곳이 처음으로 자율 경영공시에 참여한 기업이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도는 꽤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공시 작성 교육·자문 9월까지 진행
이 조사를 진행한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이현숙 소장은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 제도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들이 좀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가 가진 이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2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은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책임, 민간과의 네트워크 강화, 맞춤형 지원체계 마련 등을 강조하고 있다”며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 제도는 이 모든 사항과 부합하는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들이 단순히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좀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공시 제도에 접근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사회적기업 자율 경영공시 사업은 각 시도의 권역별 지원기관과 한겨레경제연구소 간 협력을 통해 참여 사회적기업들의 경영공시 작성 교육과 자문을 9월말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참여 사회적기업들이 단순히 경영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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