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1 16:20
수정 : 2013.10.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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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KEY)는 입점 작가가 직접 전시부스를 설계하는 등 소통과 참여를 강화한 신개념 전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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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프리마켓’ 운영 일상예술창작센터
‘전통시장 살리기’는 지난 몇년간 지방정부의 최우선과제 중 하나였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 외관을 꾸몄다. 아케이드를 세우고, 길을 새로 낸다. 제각각인 간판도 깔끔하고 세련된 것으로 갈아 끼우고, 일부 겉보기에 지저분한 매장은 리모델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직접 지원만으론 부족했는지 지난해엔 사회적 논란을 뒤로하고 대형마트 강제휴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 강제휴무 이후 5%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답한 전통시장 상인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최근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바뀐 것을 고려하면 수치는 좀더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련한 추억과 따뜻한 인정이 묻어나는 전통시장, 되살릴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2002년부터 10여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문화예술 전통시장, ‘홍대 프리마켓’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는 ‘문화를 통한 소통’과 ‘참여’라는 두 가지 열쇳말을 지속가능한 전통시장의 핵심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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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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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0여팀 일상소품 판매로 시작
홍대 프리마켓은 월드컵 열풍으로 떠들썩하던 2002년 처음 시작됐다. ‘참여’와 ‘변화’를 요구하는 에너지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했던 바로 그 시기, 50여 팀이 홍대 근처 작은 놀이터에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홍대 프리마켓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접시와 그릇, 다양한 일상 소품들이 대부분이다. 평소 예술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마땅히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자리가 없는 시민 예술가들의 소모임으로 시작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몇주 만에 참여 팀이 150여개로 늘었다. 찾는 이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하루 1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팀도 생겨났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매주 100여개가 넘는 팀이 홍대 앞 놀이터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러 나온다.
우아하고 깔끔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공간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도 아닌 일상예술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소통과 참여를 들 수 있다. 홍대 프리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종합 문화예술 공간을 지향한다.
전통시장 특성 살려 누구나 판매 가능
다른 하나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 허물기다. 홍대 프리마켓에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구분하지도 구분되지도 않는다. 하루에 만원이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물건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 팔 수 있다. 내가 기른 채소를 팔아 옆집 할아버지가 만든 짚신을 사던 전통시장의 풍경과 닮았다.
결국 홍대 프리마켓은 문화를 매개로 소통하고, 함께 참여했던 과거 전통시장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가고 있다. 오늘날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효율화에 치중하는 것과 비교되는 점이다.
최근 일상예술창작센터는 홍대 프리마켓을 활성화시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생활창작가게 키(KEY)’ 사업이다. 매주 1회 열리는 프리마켓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설 전시장을 열었다. 신진 작가로 가는 문턱을 낮춰주는 동시에 좀더 가치있는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시 공간의 벽화를 함께 그리고 작가와 시민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의도가 크다. 내년엔 2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설 전시장 열어 새로운 가능성 모색
다른 하나는 홍대 프리마켓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일이다. 외환은행의 지원으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명동 명랑시장’은 홍대 프리마켓과 닮은 듯 다르다. 홍대가 젊고 창조적인 문화예술 전통시장이라면 명동은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글로벌 문화예술 전통시장을 지향한다.
일상예술창작센터 최현정 대표는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마냥 옛것에 취해 있으면 안 됩니다. 소통을 통한 참여를 강화시킬 수 있는 모든 것과 연계해 글로벌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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