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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30 15:33 수정 : 2013.12.30 15:33

[헤리 리뷰] 스페셜 리포트
로컬에너지 해외사례- 독일의 목재 활용 사업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몰고 3시간쯤 달리면 자베크시에 다다른다. 인구 7000명의 작은 도시 자베크는 2030년까지 100%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마을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자베크시, 2030년까지 완전자립 목표

자베크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을 적지 않게 갖추고 있다. 3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가 7개이고, 과거 무기고로 쓰던 벙커를 개조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총 발전량이 6메가와트에 이른다. 2013년 독일 환경부의 ‘신재생에너지 마을 응모전’에서 ‘올해의 에너지공동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주민이 출자한 협동조합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최대 투자자여서, 마을의 에너지 자립과 투자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자베크시 마을회관에 가면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1층 통유리 안에서 거대한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다. 500킬로와트와 300킬로와트급 보일러 두 대에 목재 펠릿이 들어가 연소되는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목재 펠릿은 나무를 분쇄, 건조한 뒤 알갱이 모양으로 압축한 것이다. 설계자인 발라벤은 “목재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안전하고 깨끗한 연료라는 점을 주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연료 공급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목재 펠릿 보일러에서 생산한 열을 사용하는 건물은 초등학교, 종합학교, 체육관, 성당 등 모두 8곳이다. 마을회관 지하에 놓인 40톤 규모의 저장고에서 펠릿은 자동으로 공급된다. 센서를 통해 배출가스를 점검한 뒤 펠릿을 완전 연소시켜 미세먼지 등 배출가스를 최대한 줄인다. 펠릿을 완전 연소시키면 0.3% 미만의 재만 남게 된다. 겨울철에도 3주에 한번 정도 재를 치워주기만 하면 된다.

가스나 등유에 비해 온도 조절이 쉽지 않은 목재에너지의 특성상 온수저장조는 필수 시설이다. 매일 아침 자동으로 가동되는 펠릿 보일러가 물을 데워 9000톤급 대형 저장조에 저장했다 각 건물에 필요한 만큼 공급한다. 온수 사용이 적은 낮 시간에는 지붕 위의 태양열 패널이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마을숲 제재소서 나온 부산물 사용

펠릿은 100킬로미터 떨어진 숲에서 만들어진다. 펠릿 공장은 제재소 바로 옆에 있다. 제재소의 부산물인 톱밥을 건조시켜 펠릿을 만들기 때문이다. 목재에서 벗겨낸 껍질과 폐목을 목재보일러에 넣어 전기를 생산한 뒤, 남은 폐열을 이용해 톱밥을 건조시킨다. 목재 열병합발전인 셈이다. 은퇴한 아버지를 대신해 펠릿 공장을 이끌고 있는 바우스트는 “제재소에서 남은 톱밥으로 연간 3만5000톤의 펠릿을 생산한다”며 “마을 숲에서 나온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펠릿산업협회(DEPV)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펠릿 원료 90%가 제재 산업 부산물인 톱밥이었다. ‘과다한 목재에너지 사용이 숲을 해칠 수 있다’고 보는 환경단체도 원목을 파쇄하지 않는 서유럽의 펠릿 산업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독일의 펠릿 산업은 매년 15%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 가정용 펠릿 보일러의 가격이 평균 2000만원대임에도 최근 10년 동안 32만5000여대가 보급되었다. 이런 성장은 화석연료 수준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킨 기술 개발과 2010년 발효된 펠릿의 유럽연합 통합규격(ENPlus)이 있어 가능했다.

가장 강력한 환경인증제도인 독일의 ‘푸른 천사’(The Blue Angel)를 취득한 펠릿 제품도 늘고 있다. 푸른 천사를 취득하려면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건조열원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생산 전 과정에 걸쳐 지속가능한 임업 원칙을 통해 원료를 생산하고,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임을 증명해야 한다. 펠릿 업계는 푸른 천사 인증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우려를 지워가고 있다.

소형 주택에 열을 공급하기 위한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펠릿과 달리 우드칩은 농가 난방용과 대형 열공급 사업, 열병합발전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목재로 쓰기 적당하지 않은 나무를 파쇄해 만드는데, 펠릿보다 발열량이 작고 저장공간이 크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라 펠릿의 대안으로 꼽힌다.

대규모 집단 열공급엔 우드칩 원료

마을 단위의 집단 열공급 사업은 연료 조달이 쉬운 우드칩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마을의 산림주로부터 구입한 우드칩과 가로수 폐목 등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독일에서 가동된 1메가와트 이상 목재 보일러 563개 대부분이 우드칩을 원료로 사용했다.

우드칩 사용이 늘어나면서 지역마다 바이오매스 연료를 수집, 판매하는 전문 유통업체들도 늘어났다. 이른바 바이오매스센터가 그것이다. 마을 주민이나 산림조합이 출자하는 바이오매스센터는 지역 산림주로부터 사들인 간벌 목재를 파쇄해 우드칩으로 만들거나 장작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펠릿도 바이오매스센터를 통해 거래된다. 이들 바이오매스센터는 판매수익을 마을의 중앙집중형 열공급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마을기업’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독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가정용 난방 분야에서 목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신재생에너지의 52%에 이르며, 산업용 난방 분야까지 포함하면 66%나 된다. 이렇게 많은 양의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도 ‘자라는 만큼만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심는다’는 지속가능한 임업 원칙과 목재의 단계적 사용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경제성보다 에너지효율 우선

반면 임야가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임업 강국 한국은 경제림 조성에 실패하고 임업 인프라가 부족해 목재자급률은 20%가 채 안 된다. 수종 갱신과 간·벌목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함에도 이를 활용할 기술과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펠릿을 생산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보일러에서 비효율적으로 연소시켜 배출가스가 나오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펠릿을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해 효율이 낮은 화력발전소에 사용하는데도 정부는 발전차액을 지원하고 있다.

숲에서 자란 나무를 불로 태워 에너지로 사용하는 일은 그 경제성을 앞세우기 전에 에너지 효율과 목재의 단계적 사용, 배출가스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함을 서유럽의 펠릿 산업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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