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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30 15:48 수정 : 2013.12.30 15:48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내년 4월 종합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면공장 외부.

[헤리리뷰] 협동조합
완공 앞둔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

지리산을 배경으로 흩어져 있는 건물들은 공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안에서는 라면, 만두, 케이크를 만드는 기계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지만 겉모습은 대학 캠퍼스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건물 복도를 따라 통유리를 끼워놔 눈앞에서 식품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밀가루가 몇 걸음 옮기면 봉지에 담긴 라면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11월 중순 찾아간 전남 구례군 용방면의 자연드림파크는 2014년 4월 전체 완공을 앞두고 기숙사, 지원센터 등 부속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와 구례군이 약 60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다.

식품·육가공 공장, 연구소 등 입주

아이쿱 자연드림파크에는 자체 브랜드의 라면·빵·만두 등을 생산하는 가공단지, 무항생제 닭, 오리 가공공장과 김치공장, 제분공장, 저온저장창고, 기숙사 등 모두 20개의 시설이 들어선다. 전체 면적은 약 15만㎡(4만5000평)이다. 이곳에는 식품연구소가 들어서 입주 공장들의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식품검사센터 등도 들어선다.

구례군은 인구가 2만5000명의 미니 자치단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어 연간 65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이긴 하지만 변변한 산업이 없어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체가 없다. 완공되면 300~400명 정도가 일하게 될 자연드림파크가 이 지역 최대의 사업장이 되는 셈이다.

영호남, 충청 잇는 물류망 최적지

아이쿱이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구례에 복합 생산단지를 세운 것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곳이 영호남, 충청권을 잇는 물류망을 구성하는 데 의외로 편리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수도권이 3시간 거리로 좀 멀 뿐 고속도로와 철도 등을 통해 대전, 광주, 울산, 부산에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구례의 빼어난 관광 자원과 자연드림파크의 생산 시설을 엮어 체험형 산업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생협이 좋은 원료를 써서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를 해도 실감하지 못하는 소비자 조합원들이 많다.

이들에게 제조 시설과 공정을 보여주면 생협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진다. 그냥 생산시설만 보여주기에 단조로우니, 빵이나 만두를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하고 주변의 지리산이나 섬진강도 둘러보는 녹색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만두와 라면, 막걸리는 유기농 인증도 받았다. 또 라면과 김치는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쿱서비스 오항식 경영이사는 “자연드림파크에서 생산한 물품은 프리미엄 상품화해 조합원에게만 공급할 것”이라며 “연간 50여만명의 조합원, 소비자가 방문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공장 내부 견학 시설.
자연드림파크의 공장과 건물은 에너지를 적게 쓰고 폐기물 발생도 줄이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단지로 조성됐다.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조명을 하고 지열을 이용해 물류센터의 기온을 20도로 유지하고 있다. 기숙사나 게스트하우스는 목재 펠릿 보일러를 통해 난방을 한다.

아이쿱은 아울러 협동조합의 공동체 정신에 걸맞게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3만3000㎡(1만평) 주택단지를 조성해 은퇴한 조합원이나 귀농·귀촌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단지를 이뤄 살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클러스터를 짓는 데 들어간 600억원은 모두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의 출자나 조합원으로부터의 차입으로 충당했다. 예를 들어 라면공장을 짓는 데 40억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조합원들이 크라우드펀딩 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오 이사는 “생협에 돈을 빌려줘도 된다는 믿음이 꽤 강하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생산클러스터

아이쿱은 2014년에는 충북 괴산에 이곳과 비슷한 클러스터를 지을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고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면 구례에서만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이곳을 방문한 일본의 대표적 협동조합 연구자 구리모토 아키라 일본생협총합연구소 이사는 일본도 최근 농가 수익이 떨어지며 생산클러스터가 대안으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는 “대부분 생산자가 나서지 소비자가 나서는 이런 경우는 사례가 없다”며 “구례 클러스터는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구례/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 이 지면은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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