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30 15:55
수정 : 2013.12.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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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120억달러를 투자해 만들 일관제철소의 부지 매입을 반대하는 인도 동부 오리사주의 자가트싱푸르 마을 주민들이 경찰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길에 통나무를 늘어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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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CSR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APG의 주주관여 활동
에이피지(아페헤·APG)는 네덜란드 공적연금 자산운용사로서, 2012년 말 기준 총 48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유엔의 책임투자원칙을 기존의 투자 절차에 융합시키는 방향으로 투자운용 철학을 강화하고 있다. 주주로서, 연금자산 수탁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금융시장과 사회에 발전적 기여를 꾀하고자 함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에이피지를 포함한 연기금들이 중점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인게이지먼트’(주주 관여) 활동이다. 인게이지먼트는 단순히 기업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대화를 통해 당면했거나 다가오는 리스크를 이해하도록 돕고, 나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자문을 제시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따라서 각 관여 활동에는 도달해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다. 반면 인게이지먼트에 들이는 시간과 결과는 이슈의 성격, 대상 기업의 문화, 업종 종류, 기업이 속한 나라의 사회정치적 지형에 따라 사안별로 다르다.
다른 투자기관들과 연대하기도
관여 활동의 대상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우선 기업의 지배구조나 주주 권리와 관련해서는, 해당 기업은 물론 증권거래소나 법무부 같은 규제기관에도 이슈를 설명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필요하다면 다른 투자기관들과 함께 연대하기도 한다. 노동이나 인권, 환경 문제 등과 관련된 이슈들은 해당 기업을 포함하여 시민단체, 전문가그룹 나아가 국회나 정부기관까지도 접촉한다. 객관적으로 이슈를 파악하고 가장 합당한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이렇듯 인게이지먼트는 대부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에 준비·조사 과정이 철저해야 한다. 특정한 이슈의 배경이 되는 사회정치적인 맥락, 이슈의 합리성, 기업 가치에 미칠 영향, 주주로서 감수해야 할 평판리스크, 그리고 성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라 인게이지먼트의 방법, 즉 개별적이고 비공개적으로 할 것인가 또는 공개적으로 다른 투자기관과 연대하는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애플·삼성전자 아동노동 모니터링
에이피지는 그동안 다양한 인게이지먼트 활동을 진행했다. 애플의 경우 하청업체인 폭스콘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을 시작으로, 일련의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 현재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장에서 일어난 백혈병 발병 문제 등의 노동환경 이슈로 역시 지속적인 인게이지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두 기업 모두 중국의 아동노동 이슈에 연관되어 있어 이와 관련한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노동 문제,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과 관련한 분쟁, 대우인터내셔널의 우즈베키스탄 목화사업장 내의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현재 인게이지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배제기업 16곳 중 한국 업체 3곳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집중적인 관여 활동을 했음에도 해당 기업이나 산업이 전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선택적으로 해당 기업(또는 해당 산업에 연관된 기업들)을 투자배제기업 목록에 올리고 모든 투자에서 철수한다. 투자배제 결정을 내리기까지 주주로서 충분히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더이상 다른 방법이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될 때 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결정은 에이피지 경영진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에서 내린다.
현재 투자배제기업 목록에는 월마트, 페트로차이나, 그리고 인명살상용 집속폭탄 제조사들을 포함해 16개 기업이 있는데, 그중에 한화, 풍산, 풍산홀딩스 등 3개 한국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박유경 APG자산운용 지속가능성·거버넌스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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