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2.30 16:02 수정 : 2013.12.30 16:04

제이미 앨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사무총장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연차총회에서 북아시아 기업 지배구조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제공

[헤리리뷰] CSR
국내 사회책임투자 현황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복잡한 원인들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마지막에는 극단적인 단기 수익 추구, 무책임한 대출이 남는다. 투자자들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다.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세계경제는 몇년이나 침체기를 맞았다. 건강하지 못한 투자는 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투자에도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투자에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움직임은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싹텄다. 종교적 이유로 주류·도박 산업 등을 투자 목록에서 배제하는 윤리적 투자가 그것이다. 이것은 사회책임투자(SRI)로 발전했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 등 투자 대상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등의 비재무적 성과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여 반영하는 것이다. 비교적 장기로 투자하며 수탁자의 의무를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참여자이다.

요즘은 산업에 대해서는 가치중립적인 관점을 가지되, 기업들의 비재무적 성과와 리스크를 연계하는 책임투자(RI)가 많이 행해진다. 예를 들어 윤리적 투자자들에게는 애초에 담배회사가 투자 대상이 아니지만, 책임투자자들은 담배회사에도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배회사의 이에스지를 평가하여 위험요소를 판단한 뒤 투자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윤리적 투자에서 책임투자까지 모두 사회책임투자의 범주이다. 기업의 주식을 비롯하여, 채권과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 또 투자 때 비재무적 성과인 이에스지를 고려할 뿐 아니라, 해당 기업이 이를 경영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선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주도

이러한 투자 기법을 활용한 펀드가 사회책임투자펀드(SRI펀드)이다. 아직까지 국내의 사회책임투자펀드는 국민연금이 주도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추정한 것을 보면 2013년 11월 현재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약 8조8500억원 정도인데, 이 중 국민연금의 운용액은 5조8000여억원으로, 전체의 약 65%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운용전략실 안에 책임투자팀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민간 자산운용사에서도 책임투자팀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4월 팀을 꾸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최종혁 책임투자팀장은 “예전에는 재무제표의 숫자들만 중요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의 시에스아르(CSR), 지속가능경영 성과 등이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팀이 조직되었다”고 설명했다.

올바르게 주주의 권리(주주권)를 활용하는 것도 투자의 사회책임 중 하나이다. 기업에 사회책임경영을 독려하거나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주권은 의결권,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등 법적인 권리와 경영진에 주주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주주권인 의결권 행사조차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의결권이란 주주총회(주총)의 의안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말한다.

주총 쏠림으로 의결권 행사 어려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민간기관투자자가 상장사의 주총 의안에 대해 반대한 비율은 0.7%였다. 국민연금의 경우 11%, 세계적 공적연금인 노르웨이연금은 14.3%,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6.4%의 반대 비율을 나타냈다. 국내 민간기관투자자들이 매우 소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국내 민간기관투자자들은 기업들과 같은 그룹이거나 사업적 관계에 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설명했다.

국내 주총 문화의 고질적 문제점인 특정 기간 동안 ‘주총 쏠림현상’도 의결권 행사에 악조건이다. 실제로 2013년 중 12월 결산법인 689개 상장사의 주총 소집 공고는 평균 17일 전이었다. 또한 78.7%에 해당하는 542개사가 3월 3~4주에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위임장이 오가거나 의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인센티브 혹은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다. 즉, 제도로서 강제된 행위도 아니고,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크게 체감한다.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제13차 연차총회에서는 국내외 책임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중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전문회사 ‘아이에스에스’(ISS)의 준 프랭크 이사는 3월에 한국 대부분의 기업이 주주총회를 연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영문으로 발간되는 자료가 매우 빈약해, 이 짧은 기간에 수많은 기업의 의안 분석과 실효성 있는 의결권 행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안건 찬반만 있을 뿐 토론기회 없어

그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만이 있을 뿐, 안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는 점도 꼬집었다. 주주총회는 기업과 주주가 의사소통하는 마당인데,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결정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를 포함한 기업의 외부인이 경영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국내 기업문화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투자 기업에 문제점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논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주주 관여) 활동을 동반하는 책임투자자들은 이러한 문화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결국 투자자의 사회책임이란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아야 하고, 투자 대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방향은 투자자와 대상은 물론 이해관계자가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UNPRI’에 세계 1227개 기관 동참

투자의 사회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반영하는 투자자들은 연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키운다.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자들의 네트워크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들 수 있다. 유엔 산하의 기구이면서 2006년 발표된 같은 이름의 책임투자원칙이기도 하다.

서명기관들은 원칙에 따라 투자 결정 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이슈를 반영하고, 투자 철학과 운용 원칙에 통합하는 등 적극적인 책임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약속한다. 2013년 현재 세계 1227개 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각국의 책임투자포럼(SIF)도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이다. 미국,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에 있으며, 국내에도 2007년부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아시아 기업들의 투명한 거버넌스와 시장의 건전성을 꾀하기 위해 1999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구이다. 투자 대상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인게이지먼트 활동에서부터 관련된 법과 제도 등의 개선까지 활발히 활동한다.

위와 같은 네트워크들은 정기적 세미나 혹은 협업을 통해 책임투자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제도의 미비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되면 투자 기업이나 지역, 국가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