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30 16:04
수정 : 2013.12.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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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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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스페셜 리포트
타이 친환경 에너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스스로 친환경 에너지 자립 구조 수립.’ 최근 20여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타이 정부가 최근 내놓은 에너지 문제 해결책이다.
아시아에서 자원 매장량으로 보면 8번째인 타이의 에너지 자립률은 최근 50% 이하로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연평균 8%의 높은 경제 성장을 유지했고 그 이후에도 평균 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타이의 에너지 수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국경 문제로 타이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 타이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통한 지역공동체 주도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 모델을 선택했다.
지역공동체 주도 친환경에너지 자립
10월1일부터 닷새 동안 국내 예비 사회적기업가 20여명과 함께 타이의 친환경 에너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리더들을 만났다. 엘지(LG)전자와 엘지화학이 주최하고 사회연대은행이 주관한 이번 타이 탐방에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힘쓰는 사회적 경제 현장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타이 북부 치앙라이에 있는 슈프림 신재생에너지(Supreme Renewable Energy)는 농업 부산물에서 바이오매스 가스를 뽑아내는 사업을 벌이는 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이다. 2007년부터 18억원을 투자해 1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20명 넘게 고용했으며, 지난해에는 3억5000여만원의 이익을 내기도 했다. 농민들은 옥수수 줄기 등의 농업 부산물을 슈프림 신재생에너지에 공급해 1억5000여만원의 수입을 따로 올린다.
슈프림 신재생에너지의 콴짜이 촛수완(Kwanjai Chotsuwan) 대표는 지역사회와 주민의 협력을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꼽았다. “슈프림의 모든 경영 활동은 지역사회와 조합원인 지역 주민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그래야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잖아요. 오로지 돈을 생각했다면 종업원을 지역 주민으로 모두 채우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 지원도 한몫…내년엔 2호 공장
슈프림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성장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타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업체에 8년간 면세, 저리 대출, 1킬로와트당 20여원의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슈프림 신재생에너지는 내년에 두번째 바이오매스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코코넛껍질로 친환경합판 가구 제작
방콕 도심에 있는 코코보드(kokoboard)는 타이에서 생산되는 코코넛 껍질과 땅콩 껍질을 활용한 파티클합판이나 생물합성합판으로 친환경 가구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오라핀 시나몬웻(Orapin Sinamonvech) 대표는 코코보드가 만드는 친환경 가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코코보드가 볏짚 280여t을 사용한 효과는 축구경기장 3곳을 합한 면적에 해당하는 숲을 살리고, 탄소를 140t 감축한 것과 같습니다. 친환경 접착제를 쓰기 때문에 유독성 물질에 예민한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죠.” 코코보드가 만드는 친환경 가구는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보탬을 주고 있다. 농가에서 버리던 껍질을 구매해줄 뿐 아니라 가구 제작 과정이 포함된 ‘코코넛농장 생태투어’를 시작해 관광 수입도 창출하고 있다.
타이의 북부도시 치앙마이에 있는 빠뜽후아이 낙농협동조합은 축산 분뇨에서 추출한 메탄가스로 조합원들의 가정용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의 기독교청년회(YMCA)에서 사업비의 70%를 지원받아 집집마다 소형 바이오가스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빠뜽후아이의 곤(Golf) 팀장은 “지금까지 19가구에서 메탄가스를 가정용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좋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 가구로 확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의 김민석 시에스아르(CSR)팀장은 “우리도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이 많은데, 지나치게 재무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환경적 가치를 나누는 데는 취약하다. 타이의 친환경 사회적기업들이 규모는 작지만 지역사회와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타이/글·사진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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