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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25 15:57 수정 : 2014.03.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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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 리뷰] 스페셜 리포트
전통시장·소상공인 활성화 어떻게 할까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대자본의 공세로 위기에 처해 있다. 규모의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경쟁하기에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시설의 낙후, 열악한 환경, 관리 노하우의 부족과 운영의 비효율성, 품질과 서비스의 상대적 저하, 가격경쟁력 취약, 마케팅 능력의 부족으로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위기의식 속에서 사회적 경제를 통한 대안이 있을지를 모색해 온 사람들이 있다. 광범위한 사람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 구조는 대자본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아울러 참여자는 물론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우월한 구조여서 경쟁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 사회적 경제가 강력한 대안임을 입증한 국내외 사례는 많다.

전통시장이나 소상인 활성화의 성공적인 국내외 사례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중소상인들의 협업구조를 통한 규모화, 시스템화다. 이를 통해 시설의 현대화는 물론 물류시스템 효율화,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자금 운용의 탄력성, 공동 마케팅과 전문경영인 활용을 통한 경영선진화 등을 추구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규모와 효율성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큰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도매·소매 부문에서의 협동적 사업체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독일의 레베(Rewe)나 이탈리아의 코나드(Conad) 외에도 영국의 도소매상 협동조합 니사(Nisa), 독일의 에데카(Edeka) 등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생활협동조합 연합체들도 이러한 원리를 활용하여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관계성을 강화한 사례다. 개인화된 생활방식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한편으로는 공동체 문화를 갈망하는 데 착안해 전통시장을 지역공동체의 공유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시장은 고유의 판매 기능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만나고 즐기고 감상하고 먹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지역시장의 문화적, 정치적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마을시장에선 2009년부터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인 ‘문전성시’가 진행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지역밀착형 마케팅, 공간조성을 전략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프랑스의 바스티유 시장, 스위스 바젤의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 미국 펜실베이니아 시민위원회(Passyunk Square)의 재생사업, 한국의 수유시장 등이 그러한 예이다.

문화 콘텐츠는 보조수단 활용 효과적

셋째는 문화적 접근방식이다. 이것은 물리적 쇼핑환경이 아닌 정서적 쇼핑환경의 차별화를 목표로 한다. 디자인을 활용한 환경 개선, 축제 및 공연, 전시행사 등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 콘텐츠의 접목은 그 자체가 하나의 중심적 전략이 아니라, 다른 특화전략의 보조수단으로 기능할 때 더 효과적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부지원에 의해 대부분의 시장에서 진행되어 온 형식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문화이벤트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클라인마르크테할레(Kleinmarktehalle), 미국 덴버시의 비아이디(BID)에 의한 지역재생, 수원의 못골시장 등 이른바 문전성시 사업에 의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에서 이러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공공정책이 기여하려면 우선 정책입안자들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의 특성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접근방식에서 외부 자원의 유입과 물리적 개발에 크게 의존하는 일반적인 접근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잠재되어 있거나 활용되지 못하던 각종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자원의 활용 방식 및 결합 방식을 변화시키며, 경제학적 논리로 저평가되었던 공동체·문화·역사 등 무형의 자산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다양한 혁신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의 가치가 재인식되어야 한다.

천편일률 벗고 지역특성 맞춘 전략을

지역사회 내에서의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은 생산자, 공급자, 소비자, 공공부문,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뢰구조를 형성하며 다양한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특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자체,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지역 내 대학 등 전문가 조직이 참여하는 전략적 논의기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물리적인 환경 개선, 경영 현대화, 문화적 콘텐츠의 접목 등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으나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 접근법이나 지원방식이 천편일률적이고 하향적으로 혁신을 견인해왔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 의해 보편적인 모델과 전략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하달되는 구조 속에서는 지역 특유의 활성화 정책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 정책 수립에서도 정책과 지원에 의해 하향적으로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육성 내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함부로 장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생태계의 원리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나온 발상이다. 또한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인 기초자치단체에서 감당할 수 없는 각종 선심성 지원공약을 남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장기적인 지역 특유의 활성화 전략 속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활성화가 모색되고, 정파적 이해관계나 정책적 지원에 좌우되지 않고 꾸준히 추진될 수 있는 공약의 개발과 이를 선택할 수 있는 유권자들의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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