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5 16:06
수정 : 2014.03.25 16:06
[HREI 리뷰] 공공시장의 사회화 어떻게 이룰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그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수익을 창출한다. 문제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경영 측면에서 비용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 비용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며 영리 지향적 기업이 되게 된다.
‘직접 지원’보다 ‘성장 유도’ 바람직
사회정책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은 국가의 정책 수행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책 목표의 효과적 달성을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국가가 어떤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성장하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보유한 공공시장을 ‘사회적 경제 친화적 시장’으로 조성하여 그 기회의 장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이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및 지자체의 조달제도는 낮은 가격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일반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사회적 경제 기업은 현재의 계약제도 아래서 공공시장에 진입하기도 힘들고, 설혹 진입했더라도 기회를 획득하기도 어렵다.
다시 말해 성인(일반 기업)과 어린이(사회적 경제 기업)가 같은 인원의 팀을 편성하여 축구 경기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규모는 보잘것없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실적보고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는 1916억원 규모로, 공공기관 총 구매목표액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기존의 공공조달을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고려하는 ‘사회책임조달’로 전환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수요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연결한다는 점에서, 사회책임조달은 정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이 앞서가고 있는데, 2010년 ‘사회책임조달 가이드라인’(Buying Social: A Guide to Taking Account of Social Considerations in Public Procurement)을 시행하면서 공공조달의 사회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영국도 2012년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가치법’(Public Services Social Value Act 2012)을 제정했는데, 구매 기획 단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도록 한다.
2013년 성북구는 사회적 경제를 위한 시장 조성을 더 강력히 시행하기 위해 ‘성북구 사회적 경제 제품 의무구매 공시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이 재화나 용역, 서비스 등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 우선하여 사회적 경제 제품을 구매하도록 공공기관의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계획 및 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제도다. 시행 결과, 사회적 경제가 공공시장과 연결되면 어떻게 성장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의무구매제 시행 이전인 2011년의 실적(5.9억 원)과 비교할 때 2013년은 267%(21.7억원)가 늘어났다. 이에 고무된 성북구는 2014년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 목표액을 2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사회책임조달의 확산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과 사회책임경영(CSR) 기업 등을 공공시장에서 영리지향적 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서게 할 것이다. 약 100조원이 넘는 공공(조달)시장의 상당 비율을 사회적 경제 친화적 공공시장으로 전환하는 담대한 정책이 요구된다.
최저가 아닌 최적가 구매 환경 갖춰야
유럽과 한국의 경험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기업은 고용 창출, 사회서비스 공급, 지역사회 재생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캐나다의 퀘벡주,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주 등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확장과 혁신을 이룬 지역이다. 따라서 사회책임조달과 사회적 경제는 함께 가는 수레바퀴와 같다.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약 3000개의 사회적기업, 약 1만개의 협동조합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의 수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체력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사회적 경제의 사회적 효과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사회적 경제에 사회책임조달이라는 좋은 영양분이 공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수요독점시장이라는 공공조달의 특성상 수요자 쪽(공공)의 노력이 핵심이다. 공공이 ‘최저가치’가 아닌 ‘최적가치’로 구매하게 하는 제도적 환경이 선결 조건이다. 이를 2014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모든 정당과 후보가 수용했으면 한다.
김성기 에스이임파워(SE EMPOWER)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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