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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25 17:30 수정 : 2014.03.25 17:30

공급망의 사건·사고는 원청기업의 리스크로 바로 이전된다. 방글라데시 의류 하청공장에서 화재로 다수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자 원청기업인 글로벌 의류업체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위기관리 방법이기도 하다. 사진은 2012년 여름 방글라데시 수도 외곽의 한 의류공장. <한겨레> 자료사진

[HERI 리뷰] 중소기업도 이젠 CSR 시대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전체 기업 중 99.9%는 중소기업이다. 2008년 이후 전 산업의 고용 증가분 146만4000명 중 약 80%에 해당하는 115만9000명은 중소기업이 창출한 일자리이다. 과연 우리 경제의 뿌리며 바탕이라 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은 점차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경영의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몇개의 대기업이 끌고 가는 성장은 동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만약 이들이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을 때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 않은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경제의 바탕이 든든해지고 이에 기반해서 국가경제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여기서 사회책임경영은 기부나 후원, 혹은 또다른 규제가 아닌 전략적 경영 원칙으로서의 CSR를 뜻한다. 사실 웬만한 중소기업은 그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해 있는데, 대기업들은 점점 공급망한테 사건·사고 관리뿐 아니라 환경·인권을 아우르는 사회책임경영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이 공급망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자명하다. 협력사의 리스크가 자신들의 명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비난받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사태

지난해 방글라데시의 잇따른 의류공장 화재와 붕괴 사건은 수백,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작업을 시킨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 공장에 물건을 발주한 글로벌 의류업체들을 향했다. 세계적인 비난에 에이치앤엠(H&M) 등 유럽계 의류업체들은 방글라데시 내 공장의 화재 예방 및 안전기준 강화 지원 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올해 2월에는 방글라데시 내 의류공장 1500여곳에 대해 자체적으로 전문 조사 인력을 구성하여 9월까지 안전점검을 시행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공급망 관리를 촉구하는 추세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이드라인 지아르아이(GRI) G4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환경 기준에 따라 선별한 신규 협력사 비율을 공개하거나, 협력사의 직접적인 환경영향은 물론 잠재적 영향까지 파악하고 조처하는 활동을 보고하는 것 등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공급망에 속해 있는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요구로 돌아온다.

거래처의 요구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사회책임경영을 통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연합은 중소기업에 사회책임경영이 필요하고 임직원과 시장,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 등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사회책임경영을 통해 중소기업이 임직원 및 거래처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제품의 혁신, 운영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고용의 86%가 중소기업 몫

임직원은 기업을 움직이는 주체이다. 지난해 방송돼 화제가 되었던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도 눈길을 끌었지만, 임직원을 존중하는 사장의 인터뷰가 더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사회책임경영에 입각해 중소기업이 임직원을 대하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도 중요한 이슈다. 전체 고용의 86.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중소기업을 피해 구인난과 근속률 저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영역의 사회책임경영은 제품의 안전성 및 품질 향상, 고객과의 소통, 협력사와의 공정한 거래, 윤리적 판촉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이러한 경영 활동은 제품 혁신의 바탕이 되는 과정이며, 시장과 거래처에서 명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거나, 사업장의 환경영향을 감소시키는 환경 영역에서의 사회책임경영은 결국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로 이어진다.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향상하는 데 힘을 보태거나 필요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높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기존에 수행해왔던 경영 관행들을 사회책임경영이라는 틀 아래에서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위기와 기회 요소들이 관리될 것이다. 임직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 등 중소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의 범위도 대기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규모를 고려해 접근과 실행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기업보다 경영진 영향력 더 커

중소기업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비교적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영진이 명확한 인식이 있다면 오히려 실행이 용이할 수 있다. 사회책임경영은 추가적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일, 규제 혹은 일회성을 띠는 ‘부가적인’ 것이 아니다. 경영 목표에 맞추어 사회에 책임있는 기업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사회책임경영이다. 기본적으로 준법과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소통을 통해 혁신의 프로세스로 이어지는 활동을 구축하는 것이 사회책임경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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