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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6 16:07 수정 : 2014.06.29 16:25

동런던 공동체토지신탁(CLT)은 2012년 올림픽공원 인근 부지를 불하받아 시엘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개발지역 학생들이 새로 지을 건물 디자인 모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모습. 런던시티즌 누리집 갈무리

[HERI 협동조합]
확산되는 공동체토지신탁형 공유경제

현재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살 수 있나요?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CLT)은 이런 평범한 질문에서 출발한 비영리조직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국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지불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개념으로 활성화됐다. 현재 미국에 250여개, 영국에 80여개의 시엘티가 활동중이다. 초기엔 지역주민들이 주로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중앙·지방정부가 주택정책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폭락으로 은행에 집을 압류당한 이들이 대거 쫓겨날 처지에 놓이자, 연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시엘티 원리를 적용한 지역공동체 안정화 프로그램(NPS)을 도입했다. 압류 주택을 사들여 낮은 가격에 하우스푸어의 거주권을 보장해준 것이다.

시엘티는 지역사회(비영리조직)가 토지를 사실상 영구히 소유(장기신탁)함으로써 시세보다 낮은 값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솔루션이다. 토지는 공유지를 장기로 불하 또는 기부받거나 직접 매입해 소유한다. 개발이익을 일부 남기고 나머지는 시엘티 방식으로 공급한다. 주택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니라 구매 희망자의 가처분소득, 월 소득액, 최저임금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시엘티가 책정하는 적정 가격은 통상 소득 수준의 30%(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중) 안팎이다.

이런 매매가 가능한 것은, 집값(토지+주택)이 오르더라도 시엘티는 땅값을 현금화하지 않고 주택 재판매 가격도 제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차 구매자가 이사를 원하는데 집값(시장가격)이 1000만원 올랐다면, 최초 구매금액과 집값 상승분의 30%(300만원)를 합친 가격에 다음 거주자한테 집을 넘겨야 한다. 상승분의 나머지 70%는 신탁에 자산으로 쌓여 일종의 보조금 구실을 한다.

땅값 높아 실패한 ‘토지임대부 주택’

주택 정책으로서 시엘티를 도입하는 이유도 공공 재원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은호 공동체토지신탁연구회 연구원은 “주택 보조금은 시장가치 상승분을 모두 정부가 메우는 구조여서 집값이 오르는 만큼 정부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시엘티를 지원하면 이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지출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2007년 도입한 ‘토지임대부 주택’도 시티엘 원리를 원용한 정책 사례로 볼 수 있다.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토지는 40년간 빌려주는 것인데,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홍보했지만 초기 시범물량은 대부분 팔리지 않아 일반 분양으로 전환됐다. 2011년에 서초지구에 다시 도입됐는데, 전용 84㎡ 분양값이 2억460만원, 토지임대료는 월 45만2000원이었다. 당시 주변 시세보다는 낮았지만 서민들이 ‘지불가능한 주택’으로 보기에 힘든 가격대다. 전은호 연구원은 “국내 땅값은 워낙 절대 수준이 높게 형성돼 있어 공시지가 수준에서 토지를 임대해 집을 짓더라도 서민들의 소득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살기를 선호하는 지역에선 오랜 기간 소득 증가율보다 집값 상승률이 훨씬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결국 수혜자는 중산층 이상 여유 계층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쿱, 조합자산 지역사회 공유 실험

민간에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 등을 중심으로 시엘티 원리에 입각한 ‘공유자산’ 시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쿱 생협이 해남·남원·상주·대전·광주 등지에 만든 협동센터도 그 사례중 하나다. 이 센터는 매장 뿐 아니라 공연시설과 도서관, 카페 등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은 “지역 주민이 출자자이자 소비자인 협동조합이 그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것은 생협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의 약화된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빈집, 빈 상가 등을 저소득층에 싼값에 임대하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고, 민간 차원에서 시장통의 자투리 공간을 하루 매출에서 얼마간의 수수료만 받고 빌려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비싼 보증금과 월세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춰 지불가능한 삶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전 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해마다 180만명이 주거지를 옮긴다.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없는 현실에서 공동체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엘티의 원리는 토지와 주택을 재산 증식이 아니라 주거의 수단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이 지면은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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