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6.26 16:17 수정 : 2014.06.26 16:17

매년 사내 기술대회를 열어 품질 향상을 꾀하는 인쇄업체 긴요사는 전일본인쇄연합회 CSR 인증(표준인증) 제1호 기업이다.(왼쪽 사진) 전일본인쇄공업조합연합회 사회책임경영(CSR) 인증 로고. 위부터 표준인증, 상위인증, 최상위인증. 긴요사 제공

[헤리리뷰] 스페셜리포트

일본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긴 경기침체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여건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가 사회책임경영(CSR)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이타마시와 전일본인쇄공업조합연합회(이하 전일본인쇄연합회)가 꼽힌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사회책임경영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CSR 인증제’를 활용해 안으로는 중소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인식을 높이고, 밖으로는 시 혹은 협회 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를 꾀한다.

사이타마시는 인구 약 125만명의 도시로 일본에서 아홉번째 규모의 지방자치단체다. 일본철도 제이아르(JR)를 통해 도쿄 중심과 연결되어 위성도시의 성격도 있다. 식품·화학·기계 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이 많다. 사이타마시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종업원 수 4명 이상의 사업장은 1221개다. 이 중 종업원 수 4~9명인 기업이 644개로 전체의 52.7%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10~19명인 기업이 288개로 23.6%, 20~29명인 기업은 109개로 8.9%다. 종업원 수 4명 이상 3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사이타마시 전체 사업장의 85.2%나 되는 것이다.

‘사이타마시 CSR 챌린지 기업 인증’ 도입

이런 특성을 지닌 사이타마시는 2012년 11월 관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SR 챌린지 기업 인증’을 도입했다. 지배구조 및 재무 상황, 노무관리, 이해관계자 대화, 제품 및 서비스 등 사회책임경영 전반을 평가하여 인증한 것은 일본에선 첫 시도다. 인증제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CSR 추진회의’를 설치해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인증제와 더불어 중소기업이 사회책임경영을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수준을 진단할 수 있도록 <사이타마 CSR 체크리스트: 중소기업을 위한 CSR 독본>을 발간했다. 이 책자에 있는 체크리스트는 인증을 위한 평가에 활용되는데, 지난해 4월 2판이 나왔다.

사이타마시가 인증제를 도입한 이유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다. 사업체 수와 고용인 수 등에서 비중이 큰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지역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CSR 인증을 위한 평가 체크리스트의 항목은 이런 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크게 ‘보호 CSR’과 ‘발전 CSR’ 두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경영에 필수적 사항들인 ‘보호 CSR’을 이행하여 적극적인 사회책임경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발전 CSR’로 이어져 있다. 모두 90개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는 예/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고 기업 내외부, 지역사회 영역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기업 이미지 높여 경쟁력 강화로 연결

인증은 2년 동안 유효하다. 2012년에는 15곳, 2013년에는 6곳의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인증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사이타마시는 기업 홍보를 지원하고, 지역 내 사회책임경영 전문가 및 실무자 네트워크에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인증기업들은 이를 통해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일본의 중소·중견 인쇄업체들이 참여하는 전일본인쇄연합회도 2013년에 ‘CSR 인증’을 산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인쇄산업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정보통신 및 1인 매체의 발달과 지난 20여년 동안 경기 불황, 값싼 중국 인쇄업체와의 경쟁으로 일본 인쇄업체 수는 크게 줄었다. 1970년대에 1만2천개가 넘던 전일본인쇄연합회 회원은 2013년에 절반 이하인 5418개로 줄어들었다.

전일본인쇄연합회는 이러한 위기를 사회책임경영으로 해결하려 한다. 2013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CSR 인증을 도입했다. 인증제의 자문을 맡았던 요코하마시립대의 가게야마 마코야 교수는 “대부분의 인쇄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인쇄업의 침체는 곧 지역의 침체로 이어진다. 사회책임경영은 포괄적인 경영 전략으로 위기에 처한 인쇄업의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필요성을 설명했다.

“직원들 더 잘 이해” 등 경영자들 피드백

전일본인쇄연합회는 인증제 도입으로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고객과 거래처에 인증기업이 양질의 기업임을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제고 및 홍보 효과는 인쇄업계 전반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인증제를 통해 인쇄업체가 사회책임경영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일본인쇄연합회의 인증은 표준인증-상위인증-최상위인증의 3가지로 구분된다. 인증 등급은 8가지 분야(법규준수·환경·정보보안·품질·고용 및 노동안전·재무·사회공헌·정보공개) 86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지표를 충족한 정도에 따라 나뉜다. 도입 첫해인 지난해에는 기업 69곳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제 시행 뒤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나타난 변화에 대해 가게야마 교수는 “아직도 사회책임경영을 어려운 일이거나 자선, 경영에 의미없는 일로 오해하는 기업도 많다. 인증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증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들에게서 사회에 의미있는 사업을 모색하고 실천했다거나, 직원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등의 피드백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