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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6 16:34 수정 : 2014.06.26 16:59

김윤령 바리의꿈 부장이 한 유치원에서 장 담그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바리의꿈 제공

[헤리 리뷰] 네트워크
‘윤리적 소비’ 어떻게 넓혀 갈까

페이스북 ‘된장녀’를 본 적이 있는가. 또다른 별명은 ‘메주공주’다. 그의 이름은 김윤령, 바리의꿈 영업부장 겸 고려인정착지원부장이다. 5~6년여 전만 해도 동북아평화연대에서 교육문화사업을 하면서 간간이 된장과 청국장을 팔던 그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마다 7~10톤의 메주를 팔아치웠다.

이 많은 메주는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되었다가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들과 그 가족이 만들었다. 주재료인 콩은 유기농으로 재배했다. 한국인들의 구매는 약 300헥타르(㏊)의 땅을 유기농지로 보존하고 고려인 20여가구에는 재정착의 기반을 마련한다.

고려인의 유기농 메주가 잘나가는 이유

농약을 뿌리지 않은 유기농지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일거리가 있으면 고려인 가족은 한국, 중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런 면에서 바리의꿈 제품은 윤리적이다. 사전이 말하는 ‘윤리’의 의미처럼,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지키게 해준다.

윤리적 생산품이 더 대우받고 팔리는 시대가 온 걸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회적기업 바리의꿈 매출은 2012년 3억여원에서 지난해 5억여원으로 늘었다. 윤리적 소비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아이쿱 생협의 매출은 2012년 3450억원에서 지난해 4270억원으로 늘었다. 아이쿱 캠페인은 윤리적 소비를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것, 또는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김현희 아이쿱 홍보팀장은 “근래 들어 안전한 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조합 가입이 증가했고, 생협 구매가 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구매 금액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아이쿱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조합원들은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에 최대 27.9%까지 가격을 더 지급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물품 가격이 올라도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는 대답도 79%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후 윤리적 생산 토대 안좋아져…

그러나 생협 바깥의 생산자, 전문가가 보고 겪는 시장 상황은 다르다. 2005년부터 윤리적 생산품을 취급했던 김현동 바리의꿈 대표는 “금융위기를 겪은 후 윤리적 생산의 토대가 이전보다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에 금전적 이익 중심의 사고가 만연해 윤리적 가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 역시 ‘고려인 자활 돕기’ 캠페인보다는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관계망, 유기농 두유 등 신상품 출시에서 힘입은 바가 더 컸다.

윤리와 관계없는 상품이 윤리적 소비 운동 덕분에 유행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친환경, 자원 절약을 지지하는 국내외 유명인들이 오래되어 해진 옷을 멋지게 연출해 입고 다니자, 고가 브랜드들은 ‘빈티지룩’이란 이름으로 일부러 너덜너덜하게 만든 옷을 내놨다.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 교수는 “닳아빠진 청바지, 빈티지룩의 유행은 생태주의 운동을 반영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그 의미를 모르는 채 유행을 좇는 소비자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짜 윤리적 소비는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소비행위와 연결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여대생들이 방글라데시 여공들의 기숙사에 불이 난 사건을 조사했다. 학생들은 경악했다. 자신들이 입은 청바지, 동생의 장난감과 분유 같은 물건들이 거의 다 제3세계에서 생산되며 더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아동노동, 환경오염, 노동권 침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을 대중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네덜란드 소비자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15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나눔장터에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참여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소비자도 유권자처럼 조직 있어야 위력

이 교수는 “윤리적 소비는 개별화되고 고립된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유권자처럼 소비자도 조직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윤리적 소비 운동은 학교, 교회, 노조 등 기존 조직과 결합해 영향력을 키웠다. 일상적으로 모이는 공간에서 이들은 상품 생산과정과 이윤의 원리에 대해 생산자와 유통업자한테는 각각 얼마나 가는지, 국가에 내는 세금은 얼마인지, 오염물질 배출의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지 정보를 나누고 토론한다.

한국에선 아이쿱, 한살림 등 생협과 아름다운가게,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등 비영리단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협, 공정무역단체는 이미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2008년부터 한겨레신문사와 아이쿱이 주최한 윤리적 소비 공모전(ethiconsumer.org)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학교 등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모이는 공간을 통해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사회적 대화의 장을 넓혔다. 올해 대회는 9월30일까지 스토리, 아이디어, 디자인을 접수한다. 주제는 식품안전, 인권보호, 동물복지, 사회적 약자 배려, 환경보호, 민주주의 실천, 지역사회 책임, 제3세계 연대 등 8가지다.

이경숙 이로운닷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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