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26 16:42
수정 : 2014.06.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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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9일 한겨레신문사 6층에서 기업문화 컨설턴트이자 <기업문화 오디세이>의 저자 신상원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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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HERI FOCUS
인터뷰 / 기업문화 컨설턴트 신상원씨
영화 <인셉션>은 타자의 꿈속에 들어가 무의식에 개입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무의식에 각인돼 있던 아버지의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도 나온다. 기업문화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기업문화 오디세이>의 저자 신상원씨는 “기업문화란 기업의 무의식”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의식 속에 각인돼 경영활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문화란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기업문화를 설명할 때 문화를 문화 자체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부수적인 가치관의 문제나 경영자 철학, 인사관리(HR)의 문제 등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문화란 기업의 무의식을 의미한다. 이 무의식은 기업의 숨겨진 질서이자 구조다. 경영상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실재’라고 보아야 한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타인의 꿈에 들어가 정보를 입력하듯,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조직 구성원들의 무의식에 상징적인 무언가를 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를 ‘의례’로 재현해야
―무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어떻게 읽어내야 하나?
“먼저 숨겨진 질서와 구조를 드러내야 한다. ‘신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례’를 구축해야 한다. 신화는 창업스토리 같은 기업의 숨겨진 기원을 일컫는다. 일례로, 키엘이라는 화장품 회사의 매장 직원들은 약사 가운을 입고 판매를 한다. 약국을 운영했던 창업자 존 키엘이 ‘화학 성분을 억제하고 건강을 생각하며 만든 화장품’이라는 신화를 약사 가운이라는 의례로 재현하는 것이다.”
―기업문화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가?
“기업문화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응집력의 정도, 교류의 정도, 체계성의 정도’ 이 세가지다. 응집력은 구성원들이 진흙처럼 끈끈한가, 아니면 모래처럼 쉽게 흩어지느냐의 문제다. 교류는 부서를 넘나드는 협업과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에 대한 문제다. 체계성이란 경험적인 경영을 하느냐,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문화에 의해서 움직이는가를 보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적합한 기업문화라는 것이 있을까?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기업문화 자체에서 구성원들이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응집력의 핵이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그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원자핵이 가진 질량이 전체의 10만분의 1인데도 핵심은 거기에 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특정한 신념으로 모여 일을 시작한 자급자족형 공동체의 경우 성장을 제한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기업의 신념을 전달하겠다는 교류 의지가 강한 조직은 높은 개방성을 가진다. 리더들의 신념과 역량을 높여가는 일이 중요하다.”
창업 초창기가 기업문화에 가장 중요
―사회적기업이 조직문화를 관리한다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살아남는 게 먼저 아닌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기업문화의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인간의 무의식은 어렸을 때 형성된다. 어렸을 때 상처를 받으면 평생을 그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실제 사회적기업 창업자들이 갈등을 겪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데, 뒤로 미루지 말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적 기업 창업자들이 조직문화를 다룰 여력이 없다는 말보다는 방법을 못 찾겠다는 말이 올바른 해석인 것 같다. 초창기 기업문화의 유전자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흐를 것이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녹취 김구슬 한겨레경제연구소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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