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30 10:21
수정 : 2014.09.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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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동아시아 30’ 선정 결과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는 한·중·일 사회책임경영(CSR) 우수기업 평가인 ‘2014 동아시아 30(East Asia 30)’이 결정되었다. 그동안 각 기업 개별적 성과에 따라 30곳을 선정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가 국가별 대표 우수 기업 10곳씩 선정하여 ‘동아시아 30’을 구성한다. 편입 기업 구성 변화와 함께 네거티브 스크리닝도 확대·적용했다.(“선정 기준·방식 이렇게 바뀌었다” 참조)
‘2014 동아시아 30’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은 보건 및 안전 부분에서 인사사고로 제외된 기업들이 많았다.
유해화학물질에 오염된 작업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전기·전자 제조 기업들이 모두 배제됐다. 정유나 건설, 통신 산업군의 짬짜미(담합)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평가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통신 보조금, 운하 및 고속철 건설 수주 담합으로 제외되었다. 또 경영진의 횡령과 탈세, 배임이 발생한 곳이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협력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기업들도 탈락했다. 한국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기업들이 담합, 불공정 관행, 작업장 위험 등을 관행처럼 여기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에 한국에선 올해 엘지전자, 포스코 등을 포함한 9곳의 기업만이 ‘2014 동아시아 30’에 포함되었다.
중국에서는 작업장 보건 및 안전사고, 경영진의 배임 및 뇌물수수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중국 정유업계 2위 기업인 시노펙(SINOPEC)이 지난해 11월 칭다오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동아시아 30’에서 제외됐다. 이 사고로 현장 직원 및 지역주민을 포함해 200여명의 사상자와 7억위안(약 1184억원)의 재산 피해가 있었다. 사고 원인은 낙후된 오일 파이프라인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인 궈페이위안 신타오 대표는 “법률을 준수하는 것은 사회책임경영의 가장 낮은 단계이면서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반부패 및 환경보호와 관련된 법들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의 법·질서 준수 의식은 낮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의 인식 개선과 실행 의지 없이는 중국 사회책임경영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중공업이 올해 처음으로 적용된 반사회적 산업 제외 기준에 의해 ‘동아시아 30’에서 탈락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군용 탱크와 전투기, 미사일 등을 제조하는 일본의 대표적 군수업체다. 대량살상무기 제조 산업을 제외하는 기준에 해당된다. 이밖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은 올해 초 한국과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로부터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2014 동아시아 30’에 선정된 전체 29곳 기업의 영역별 점수는 환경(61.24점), 사회(53.30점), 거버넌스(44.95점) 차례였다. 환경은 사회나 거버넌스에 비해 세부적인 규제가 많은 영역이다. 환경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적·물적 비용이 들기에 자체 규제도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에너지 혹은 물 사용을 줄이면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제품 안전 및 질과도 연결되어 거래 관계에서도 기업의 환경경영은 점차 중요하게 고려된다. 환경영역 평균 점수가 47.99점으로 가장 낮았던 중국도 최근 정부에서 기업의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환경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거버넌스는 한·중·일 모두 아쉬운 성과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30’은 거버넌스에서 사회책임경영이 다루어지는 것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전체적인 기업의 경영 전략과 함께 다루어져야 경영의 각 단위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나라 기업들 중 이사회에서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경영 기회나 위험을 다루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이사회나 경영진의 성과 평가에 사회책임경영이 연동되어 있는 경우도 매우 적었다.
국가별로는 ‘2014 동아시아 30’에 속한 일본 기업 10곳의 환경 영역 평균 점수가 71.69점으로 가장 높았다. 1980년대부터 환경경영을 추진하고 환경보고서를 발간해온 만큼 정책과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이에 대한 성과도 매우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한국은 기업 9곳의 사회 영역 평균 점수가 60.42점으로 세 나라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다른 두 나라에 비해 ‘사회공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은 아직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이지만, 거버넌스 세부 지표 중 ‘이사회 여성 참여’가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올해 ‘동아시아 30’에는 한국은 두산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엘지하우시스, 엘지생활건강, 엘지디스플레이 등 5곳이, 중국은 상하이국제강무 등을 포함한 6곳이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엘지하우시스와중국의 중싱통신, 구이저우마오타이, 중국태평양보험사 등 4곳을 제외한 7곳의 기업들도 지난해까지 진행된 각국 ‘CSR 30’(각국 우수 사회책임경영 30개 기업, 이 중에서 동아시아 30을 선정)에 선정되었던 곳들이다. 일본의 10곳은 모두 ‘동아시아 30’에 한번 이상 선정된 기업들이다.
선정 기업이 중복되는 현상은 ‘동아시아 30’을 비롯한 많은 사회책임경영 평가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경영 시스템에 사회책임경영의 틀을 잘 구축해 놓으면 지속적으로 성과가 관리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평가들이 점점 다방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분석하는 추세인 것도 연관이 있다. 틀을 갖추어 놓은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 실행과 모니터링, 보완 등의 발전 과정이 평가에 좋은 성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의 인식과 의지도 영향을 미친다.
선정 기업에 중견·중소기업 없이 모두 대기업인 것은 비판받는 지점이다. 사회책임경영 평가에는 비재무적 정보가 많이 활용되는데 아직 중견·중소기업들의 정보 공개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과 사회책임경영에 관한 평가를 함께 받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은경 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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