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30 11:33
수정 : 2014.09.30 11:42
|
브루더하우스 디아코니아 담당자가 생산시설을 소개하는 모습.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제공
|
잠재력 큰 독일의 사회적 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 이념은 국가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균형을 지향한다. 사회보험 중심의 국가복지와 결합된 시장경제의 한 형태인데, 시장 자유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사회적 균형을 중시하는 조정시장 경제모델로 분류된다. 수많은 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이 독일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독일의 국가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에 비해 독일 사회적 경제 모델은 소외되어 왔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캐나다의 퀘벡,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은 사회적 경제 도시로 국내에 자주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의 사회적 경제는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가장 많은 고용 규모를 자랑한다. 이 지표만으로도 독일 사회적 경제의 잠재력은 상당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전 유럽의 사회통합 활성화 및 사회적 경제의 성장을 관장하는 경제사회위원회(CIRIEC)를 두고 있다. 유럽연합이 사회적 경제에 거는 기대는 크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로서, 새로운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로서, 경제 민주주의의 확장에 기여하는 주체로 사회적 경제의 위상을 부여한다. 협동조합, 공제조합, 민간단체, 재단 등이 사회적 경제에 포함되는 주체이다.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은 다양한데, 독일은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국가에 속한다. 반면,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강한 국가이고, 영국은 사회적기업에 친숙하다.
사회 인식 낮지만 고용 규모는 유럽 1위
|
브루더하우스 디아코니아 바워 대표와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수단원.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제공
|
독일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아마도 ‘사회적 시장 경제’에 대한 사상이 깊숙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디아코니아 연구소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연구가 촉발되는 중이다. 하지만 독일 사회적 경제의 규모는 유럽에서 선두에 있다. 독일의 전체 고용 인구 중 사회적 경제 고용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35%(약 240만명)에 이른다. 유럽연합 27개국 중 1위이다. 우리에게 사회적 경제가 발전한 국가로 알려진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국보다도 규모가 크다. 협동조합의 경쟁력도 상당하다. 일례로 독일의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인 레베(REWE)의 경우, 연매출이 520억달러(약 56조5천억원)로 2012년에 거둔 삼성전자 매출의 4분의 1에 이른다. 레베는 세계 6위의 협동조합이다.
복지기관 안에 협동조합·사회적기업이
독일의 사회적 경제에는 소비자협동조합(에데카, 레베 등), 신용협동조합(폴크스방크, 라이파이젠방크 등) 등 전통적인 협동조합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 기반의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상당히 발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독교의 디아코니아, 천주교의 카리타스 등은 독일 전역에서 지역사회의 민간 복지 서비스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 디아코니아에 정통한 홍주민 목사에 따르면, 독일의 디아코니아 기관은 독일 전체 장애인 시설의 2분의 1, 유치원의 4분의 1, 병원의 10분의 1가량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기관의 수는 약 3만1000개이고 45만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40만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하루 100만명 이상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등 디아코니아의 그리스 어원 의미처럼 ‘식탁에서 시중드는 사랑의 실천 운동’이 거대한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
브루더하우스 디아코니아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제공
|
지역사회에서 활약하는 디아코니아 복지기관 안에 협동조합, 재단, 사회적기업 등이 얼개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복지-사회적경제 클러스터’로 표현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로이틀링겐시에 있는 ‘브루더하우스 디아코니아’가 있다. 브루더하우스는 청소년 복지, 장애인 복지, 노인 복지 등의 많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4천명의 실무자들이 1만명을 돌보고 있다. 이러한 복지시설 속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에 부품을 납품하는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이 있고, 수만평에서 유기농 채소를 경작하고 가축 사육과 농축산물 가공을 하는 장애인 고용을 위한 6차 농업 사회적기업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책임경영(CSR) 활동과 연계하여 활성화된 점이 인상적이다. 먼저 기업의 생산라인을 제공받아 납품하는 형태로서 지역 ‘스툴기업’이라는 직물공장의 부속공장 부속품을 위탁제조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30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연간 10만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제품 중 7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다음으로 대기업과 협력투자해 공동운영하고 있는 모델이다. 2010년 150만유로를 정부와 대기업에서 협력 투자해 자동화시설을 구축했다. 생산설비 및 유통창고의 규모도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물류기업의 본사 숙련노동자들이 파견되어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직접 교육해 기술력을 높이고, 제품의 품질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독일 사회복지 기반의 사회적기업과 연계한 CSR은 실제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기술력을 높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 위한 새로운 도전 활발
최근 독일에서는 사회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활발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공익형 기업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공익형 유한책임회사, 공익형 주식회사 제도의 틀도 갖추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정과 건물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상담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CO2 온라인’, 시각장애 체험 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 고용의 혁신을 만들어낸 사회적기업 ‘어둠 속의 대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사회적기업들도 활약하고 있다. 베를린의 버려진 영화제작소를 청년 예술가들이 문화·교육·복지 복합센터로 재생시킨 ‘우파 파브리크’, 3명의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맥주 유통 사업을 통해 그 수익금으로 연간 30개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맥주 사회적기업 ‘쿠바트마이스터’ 등이다.
김성기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skkse001@hotmail.com
|
EU 27개국 중 사회적 경제 고용인구 상위 5개국의 현황.
|
※ 이 글은 지난 6월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이 주최한 독일 사회적 경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는 10월8일 ‘독일 사회적기업 연구보고회’를 엽니다. (문의: 02-2610-4745)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