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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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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핀란드가 강소국으로 우뚝 선 비결
기조연설1 >> 타르야 할로넨
“우리는 삼림과 수자원 외에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에 투자하는 것, 즉 복지와 보건, 교육에 국가 정책의 중심을 두는 것에 사회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올해 포럼의 첫번째 기조연사로 나서는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강소국 핀란드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핀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와 교육, 과학기술 인프라 등을 자랑하는 건, ‘사람 중심 정책’이 그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핀란드의 경쟁력과 생활 수준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북유럽 복지사회 모델 덕택이다. (복지는) 각 개인의 노력과 자기계발을 복돋아줄 뿐 아니라 공동체적 원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 입헌국가의 원칙과 올바른 정치 등 핀란드 사회를 지금에 이르게 한 견고한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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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야 할로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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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경제는 상호 신뢰와 협력 등 탄탄한 ‘사회적 자본’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핀란드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는 여러 정책을 ‘사회적 창안’이라고 부른다. 시민들은 스스로 다양한 단체(NGO)에 가입해 참여함으로써 제반 사회제도를 지탱하는 원동력 구실을 한다. “국가의 핵심 정책들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공정하게 조정한다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뢰는 모두가 정해진 법과 규범을 지키고 협력할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되며, 그럼으로써 혁신적인 사회적 창안(정책 개발)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뢰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으로 ‘3자주의’ 원칙을 제안한다. 쌍방 이해관계자와 조정자 3자 간의 신뢰와 협력 시스템이다. 핀란드의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1945년 최초로 법적 협정을 맺었는데, 사용자는 노조의 권리를, 노동자는 사용자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양쪽의 의견을 들어 임금 수준을 정하고 이행을 보증하는 게 국가의 몫이다. 핀란드의 경우, 서로 나눌 빵이 부족했던 경기 침체기(1956~1967년)에 기업별 노사 양자협상 방식이 도입됐으나 극심한 노사갈등 등으로 큰 대가를 치른 이후 ‘3자주의’ 원칙이 더욱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핀란드는 사회 구성원들이 3자간 협약을 통해 국민 생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서로 견제하는 오랜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사회를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가는 원천적인 힘이다.”
‘모든 정책 결정의 기준은 국민’이라는 그의 원칙 역시 핀란드의 오랜 3자주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사진 북하우스 제공
‘더 많은 사람’ 위해 정부가 할 일 4가지
기조연설2 >>딘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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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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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제로 가는 길’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국가와 정부의 몫이다. 근대 국가는 (소수의 특정 구성원이 아니라) 더 많은 구성원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구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금융, 기업, 지식재산, 고용 등 4가지 핵심 경제 영역에서 “더 많은 사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국가는 돈이 생산적 경제를 위해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자본 이득을 노린 투기 과잉을 방치하고 있고, 세계적인 위기를 화폐의 힘(발권력)으로 틀어막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돈이 생산과 소비에 투입되지 않고 “금융기관의 부실을 떨어내고 자본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쪽으로만 몰입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의 지배구조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통제하면서 빚어지는 문제다. 주주와 노동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거의 없고, 그 결과 최고경영진한테 주어지는 보상은 전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고 있다. 그는 “이런 미국식 기업 모델이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정의롭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진단한다.
다음으로 그가 주목하는 건 지식재산의 공공성이다. 지식 자본이 화폐 자본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식재산에 대한 사적 독점이 공익과 사회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허 및 지식재산권이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지식재산을 기업이 독점해 팔고 살 수 있는 자산으로 보는 데서부터 부패와 낭비가 시작된다. 지식재산을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는 건 정부의 당연한 몫”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은 고용이다. 정부는 재정과 통화, 금리 정책을 통해 한 나라 경제의 고용 수준을 사실상 결정한다. 중요한 건 정부가 이런 거시정책 도구들을 “기업과 자본의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의 일자리를 최우선에 놓고 사용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베이커가 말하는 ‘정부가 해야할 일’은 단지 미국 뿐 아니라 수십년간 영미식 발전 전략을 취해온 온 다른 나라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상식적인 시각과 약간의 산수만으로 능히 알 수 있는 부동산과 금융 거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거짓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진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제공
종합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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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선 자본과 시장 논리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이해관계자간 협력과 공유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디지털 네트워크는 미래 지식사회에서 기업이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찾는 기본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종합세션에서는 사람과 공동체를 우선순위에 놓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 행동하는 다양한 풀뿌리 사례와 모델들을 제시한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정부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제안한다. 이해관계자간 합의를 통해 유지되는 높은 수준의 ‘신뢰 자본’이 스웨덴 경제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이유와 사례를 제시한다.
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은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협력을 통해 혁신한 사례를 발표한다.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요구’와 지역사회 현안 해결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도시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생활 공동체를 복원하는 협동조합 모델, 노동자들 스스로 임금과 후생 수준을 높인 기업 모델, 재활용 쓰레기를 통해 극빈층 노인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아파트 공동체의 마을기업 모델 등이 소개된다. 광주 광산구의 협력 모델은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국회의 법 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지속가능한 정책 모델로서의 시사점을 준다. 또한 이런 모델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낸 경험도 주목할 만하다.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학교 교수는 8만명의 일자리와 연 매출 30조원의 성장을 일군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모델의 지속가능성,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협동조합 방식의 경영과 노동이 어떻게 시장형 모델과는 다른 방식의 성장을 이뤄내는지도 들려준다. 아마코 사토시 와세다대 교수는 미래 거버넌스의 핵심 가치로 ‘아래로부터의 협력’을 강조한다. 협력→신뢰→변화로 이어지는 사회 시스템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한다.
토론에서는, 첸샤오쥔 중국 칭화대 교수와 김영기 ㈜엘지 부사장이 각각 협력 모델의 일반화 가능성과 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 모델에 대해 발표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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