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30 16:25
수정 : 2014.09.30 16:25
[HERI리뷰] 영국 동물복지 현장 탐방 후기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은 탐방하는 곳은 물론이고 이동할 때나 식사할 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어디에서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인터뷰이들이 진땀 흘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창업을 앞둔 청년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조직한 해외탐방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때문일까. 자발적인 공부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더군다나 이들이 이토록 절실하게 공부하는 데는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동생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동물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출자금 5만원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조합원들이 직접 동물병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함께 운영하는 자치조직이기 때문에 조합원 모두가 동물병원의 주인이다. 상징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반려동물 역시 조합원이라는 의미에서 ‘보리’라는 동물 대표를 선출하기도 했다.
우리동생 오현주 이사는 “탐방을 통해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탐방을 하며 동물병원으로서 진료과목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1인병원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건강검진과 예방 중심으로 운영할 것인지, 반려동물 행동교육을 결합해야 할지 등등…. 지금으로서 분명한 건 단순 동물병원으로 기능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커뮤니티 활동과 반려동물 주치의를 운영하고, 근무조건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세 가지 방침 정도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원금이나 사업으로 집행되는 보조금에 매달리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도 복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법적 기준이 사라진 동물병원의 의료수가는 병원 중심의 수익구조에 맞춰 산정됐고,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동물병원마다 의료수가가 다르고,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반해 우리동생은 투명한 운영과 재정 공개로 과도한 진료비 걱정을 하지 않고 믿고 찾을 수 있는 동물병원이라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지만, 문을 열기까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수의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동생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수의사회와의 간담회 개최도 고려 중이다. 때마침 서울시가 ‘동물복지계획 2020’을 발표하는 등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동생 김현주 사무국장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동물병원이 만들어지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들기는 심정으로 한걸음씩 걷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그 과정이 더욱 엄밀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동생과 동행한 일주일간의 영국 동물복지 현장 탐방은 반려동물에 대해 무지했던 어두운 눈을 밝히는 시간이었다.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어엿한 사회적인 존재로서 반려동물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사회의 생명 감수성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하면 과도한 주장일까.
런던/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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