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30 10:47
수정 : 2014.12.30 10:47
국내 대기업 집단의 사회책임경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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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경기 파주 엘지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엘지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사회책임경영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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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엘지(LG)·두산 등 재벌계 그룹(대규모 기업집단)이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사회책임경영(CSR)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10대 그룹 안에 드는 곳이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매년 계열사 대상의 ‘패밀리사 사회책임경영 역량 진단’을 시행하며 진단 뒤 각 계열사에 개선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엘지와 두산은 2012년 지주사에 사회책임경영팀을 설치했다. 그룹 전체의 사회책임경영 방향을 구상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지주사 중심의 안정된 지분 구조 바탕
이들 그룹은 계열사의 사회책임경영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윤리나 인권 등 계열사 전체에 통용되는 규범과 정책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다. 그룹 단위의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계열사 담당 임원과 실무진의 논의 체제를 만들거나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의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공유한다. 이들 그룹은 모두 주력 계열사나 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분 구조가 안정되어 있어 이런 총괄지휘 시스템 작동이 용이한 구조이기도 하다.
포스코, 매년 계열사 사회책임경영 진단
포스코그룹은 2010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가 발표한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ISO 26000)에 맞춰 그룹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 환경·임직원·고객·투자자·협력사 등 10개 부문 70여개 통일된 지표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진단하고 있다. 상장 여부, 매출 규모, 해외 거래 비중 등을 고려해 대상 계열사들이 선정된다. 진단 후 세부항목별 개선사항을 전달하지만 수행 여부는 계열사의 자체 판단에 맡긴다. 사장단 회의에는 계열사의 사회책임경영 현황이 보고된다. 엘지그룹은 2012년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주사인 ㈜엘지에 사회책임경영팀을 만들었다. 엘지그룹 관계자는 “전 계열사의 윤리·노동·인권 수준을 강화하고, 사회·환경 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구성된 ‘사회책임경영위원회’에서는 엘지그룹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전체적 방향을 논의하며, 그룹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두산그룹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강하게 적용된 경우다. 2012년 5월 지주사인 ㈜두산에 관련 팀을 설치한 뒤 계열사 진단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두산 누리집에는 주요 계열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이 한곳에 모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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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작은 계열사선 부담 느끼기도
그룹 차원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주도하다 보니 계열사들의 불만도 없지 않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 처지에선 그룹 차원의 관리 체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보통 그룹 차원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이거나 그룹 내 해당 업종의 유력 기업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중복 진단이라는 평도 있다. 그룹에서 진단하는 사회책임경영 지표들이 정기적으로 내·외부에서 진단받는 윤리, 안전, 환경 등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그룹의 방향을 따르는 추세다. 그룹 계열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이 단적인 예다. 각 그룹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엘지상사, 두산엔진, 포스코켐텍 등 포스코 내 4개 계열사가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동종 산업의 비슷한 규모인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 담당자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앞서 사회책임경영을 다뤘던 계열사의 정보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책임경영을 일정 수준 발전시킨 곳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윤리나 인권, 안전 등 규범 및 정책이 필요한 경우 지주사나 주 계열사에서 통일된 지침을 주면 실행이 좀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두산중공업 사회책임경영팀의 이빈 차장은 “인권 등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사항에 지주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고경영진과의 의사소통으로 빠른 실행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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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포스코엘이디·포스코메이트 등 포스코그룹 소속 3개 계열사 임직원들이 지난 9월 서울 강동구 길동 골목시장에서 낡은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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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효율적
그룹 단위로 사회책임경영을 추진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 측면이 크다. 어느 한 계열사의 문제는 곧 그룹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회책임경영 관련 정책 수립 등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는 효율성도 장점이다. 포스코그룹은 동반성장 정책과 공급업체 행동규범 등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여 적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그룹사의 분쟁 광물 사용 여부와 원산지를 통합해 조사·관리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위험 및 기회 요소를 찾아 계열사의 신규 사업 모델을 탐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엘지 사회책임경영팀 김수진 과장은 “분쟁 광물 이슈와 같이 사회책임경영 요소는 이제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방어적 대응을 넘어 기회 요소를 찾아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계열사한테 신규 사업 모델을 제안하는 것도 팀의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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