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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30 10:53 수정 : 2014.12.30 10:55

일본의 한 건축회사가 도쿠시마 북부 가미야마의 90년 된 낡은 목조가옥(마치야)을 개조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재팬타임스 제공

일본 교토시의 공유경제

40여 대학 몰려 있어 유대감 강해

내가 사는 일본 교토시는 ‘공유경제’의 실험장이라 할 만하다. 40여개 대학이 밀집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학도시로, 뛰어난 감성을 지닌 젊은이들을 선도하는 다양한 방식의 공유가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빈집과 사무실 등 공간의 공유다. 일본은 현재 전체 주택 중 빈집이 13.5%에 달해 치안 악화 등 여러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빈집 비중은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교토시도 ‘마치야’(일본식 목조가옥) 등 오래된 집이 많은데 고령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사람이 살지 않는 집과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주택과 건물들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해 예술가나 만화가 지망생, 회사원, 대학생들이 살기 시작했다. 셰어하우스는 수도 등을 함께 쓰기 때문에 집세가 싸다. 입주자들끼리 교류가 생기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셰어하우스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처럼 낮에만 공간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생활해야 하며 교류해야 한다.

둘째, 자전거·자동차·버스 등 이동수단의 공유다. 교토시는 자전거 통근·통학이 활발한데, 방치되거나 버려진 자전거도 많아서 교통체증과 경관악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시에서는 자전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자전거’를 도입했고, 대학들은 캠퍼스에서 무료 자전거 공유를 시작했다. 교토대의 무료 자전거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자전거 고정 장치를 설치할 공간을 없앰으로써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낮췄다. ‘공유버스’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가 감소한 지역의 버스회사들이 수지가 맞지 않는 노선을 폐지하는 바람에 불편을 겪게 된 지역 주민들이 움직인 것이다. 주민들은 구체적인 교통 수요를 파악한 뒤 스스로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직접 버스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캠퍼스 길고양이들을 대학고양이로

셋째, 반려동물의 공유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일본에서는 연간 30만마리 이상의 길고양이와 길강아지가 살처분당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이들이 계속 번식하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고로 죽거나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살처분당한다. 교토 시내 대학에서는 캠퍼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대학 고양이’로 돌보는 활동이 시작돼 선배에게서 후배로 계속 계승되고 있다. 이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이들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기고 배설물을 치우며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리쓰메이칸대의 대학 고양이들은 ‘리쓰캣’이라고 불린다.)

공유경제를 계속 확대하는 데는 몇 가지 열쇠가 있다. 첫째, 공유하는 사람 간의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문제다. 신뢰성이 높을수록 공유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중히 이용한다. 이런 점에서 대학처럼 구성원 간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은 공유가 이루어지기 쉽고 향후에도 더욱 흥미로운 공유 모델이 탄생하리라 생각한다. 사람들끼리 신뢰를 쌓고 관계를 조정하는 시민단체나 비영리 조직의 중요성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소유·소비 선호 않는 젊은층 흐름 반영

둘째, 구태의연한 법률과 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셰어하우스가 ‘주택인가, 기숙사인가’라는 사회적 논란이 있다. 만약 기숙사로 본다면 관련 법률 때문에 상당히 넓은 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 경우 셰어하우스는 비즈니스로 성립되기 어려워진다. 일본에서 자동차 공유가 그다지 확대되지 않는 이유도 현행법이 자동차의 ‘소유’를 전제로 한다는 게 주된 요인이다.

아키바 다케시. 리쓰메이칸대학 산업사회학부 교수
공유경제는 일본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나갈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명한 사업가 호리에 다카후미(일명 호리에몽)도 공유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일본에서 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사회적 변화가 배경에 있다. 현재 젊은 세대의 생활과 소비 패턴은 중장년층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의 중장년층은 청년 시절 사생활이 보장되는 홀로살이를 선호했고 누구나 자동차와 고급 명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 세대는 절약 지향성이 강하며 소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다. ‘혐(嫌)소비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위기감을 느낀 도요타자동차는 텔레비전 광고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면허 취득을 호소했다.) ‘물건의 소유’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젊은 세대들이 ‘사람들과의 유대감’이나 ‘체험’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공유의 주된 주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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