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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30 11:37 수정 : 2014.12.30 11:37

지난해 4월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국민연금 강남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공동행동’ 회원들이 국민연금에 확산탄을 제조하는 한화, 풍산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사회책임투자 기반 마련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모든 주식과 채권에 대해 사회책임경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연금 투자의 공공성과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자는 취지인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애초 원안이 대폭 완화돼 선언적 규정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를 거친 것이어서 연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주식과 채권으로 기금을 운용할 때 ‘투자 대상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항목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이 기업 주식과 채권을 사들일 때 해당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다.

6조원 넘는 사회책임투자펀드 운용

국민연금은 2006년부터 국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사회책임투자형(SRI) 펀드를 운용해왔다. 이 펀드는 2013년 말 기준 6조3657억원 규모로, 2009년부터 매년 1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현재 모두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 중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직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원칙이나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 및 성과 평가 기준 또한 모호하다는 불만도 많았다. 위탁운용사 중 사회책임투자 실적이 거의 없는 곳이 선정되거나, 운용실적 평가 때 수익률이 우선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구체적 기준 정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 펀드 편입 종목뿐 아니라 모든 투자 기업의 주식·채권에 대해 사회책임투자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입법화가 된다면 기금운용지침에 투자 원칙과 기준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운영사 선정, 성과 평가 등에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하는 기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침이 정비되면 위탁운용사들은 이에 맞게 해당 펀드 자금을 운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운용사 등 투자기관에서 기업에 비재무적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의결권 강화(스튜어드십 코드) 정책과 더불어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과정서 설명 의무 사라져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비재무적 정보의 반영 대상과 원칙이 대폭 후퇴됐다. 지난해 8월 최초 발의된 원안은 ‘투자 대상의 비재무적 요소의 고려 여부와 정도, 만일 고려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 공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에서는 공시 의무 규정이 아예 빠졌다. 비재무적 정보를 어떻게 고려했는지,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시해야 하는 설명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공시 의무는 개정 모법이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 담는 쪽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지침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체 심의·의결한다. 공시 여부와 그 수준을 사실상 연금 쪽에 일임한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정안 자체가 사회책임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는 선택 규정이다. 공시 의무가 없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느냐”고 말했다. 투자 대상도 최초 발의안은 주식·채권은 물론 예금·신탁·파생상품·기타사업 등이 망라됐으나 주식과 채권만으로 축소됐다. 예금·신탁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대상이 아니고, 파생상품과 기타사업은 지수연동펀드와 같이 투자 대상이 특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부의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실 관계자는 “(수정안은) 아직까지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는 국내기업이 100여곳 안팎이고 공개 기준과 내용도 서로 많이 다르다는 현실적 상황을 감안했다. 일단 국내 시장과 국민연금에 사회책임투자 기반을 확충하고 원칙을 세우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어 달라”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회승 연구위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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