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2015 동아시아 30’ 선정 결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010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사회책임경영(CSR) 우수 기업을 선정해 ‘동아시아 30’을 발표하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와 함께 한·중·일 대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각국 전문가위원회의 네거티브 스크리닝 회의를 통해 최종 30개 기업을 선정한다. 사회책임경영 국제표준을 평가 기준으로 따르되, 한·중·일의 사회, 문화적 특징이 평가 결과에 반영되도록 했다. 평가 대상 기업 1955곳…첫해의 2배 이상 올해 최종 평가 대상 기업은 한·중·일 모두 1955개(한국 364개, 중국 620개, 일본 971개)로 2010년 평가 첫해의 전체 기업 수(708개)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한·중·일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천 내용을 담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한·중·일 기업은 2010년 1000여곳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전체 244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 기업 1955곳…첫해의 2배 이상 올해 ‘동아시아 30’에 속한 한·중·일 기업들은 질적으로도 향상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해 한·중·일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성과는 환경·사회·지배구조(거버넌스) 세 영역에서 전체적으로 점수가 개선됐다. 세 나라의 환경·사회·지배구조영역 전체 평균점수는 지난해(53.57)보다 2.52점 오른 56.05점으로 나타났다. 백분율로 따지면 5%에 가까운 개선이다. 영역별 평균점수는 환경(62.37), 사회(55), 거버넌스(50.77)순으로 높았다. 환경영역의 경우, 세부 지표들 중 환경핵심, 기후변화 지표의 평균점수가 크게 올랐다. 환경핵심 지표의 경우, 한·중·일 정부의 강화된 환경 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환경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고, 환경회계시스템 도입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며 한·중·일 정부를 비롯해 모든 국가에서 관련 정책을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한·중·일 기업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세 나라의 기후변화 성과도 나아졌다. 사회영역에서도 보건 및 안전, 공급망 관리 등의 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지난해 전체 평균점수 대비 1.7점 상승한 55점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의류브랜드의 공급망이 모여있던 방콕 라나플라자 빌딩 붕괴사고로 인해 공급망의 사회책임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한·중·일 기업들도 공급망의 작업장 안전과 사회책임경영 리스크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는 다른 영역과 비교해 가장 개선된 성과를 보인 영역이다. 윤리 및 이사회 여성 참여 지표 점수는 지난해 대비 약 5점가량 점수가 올라 50.77점을 받았다. 나라별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 10개 기업의 전체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한국과 중국 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환경영역에서 올해도 평균점수 69.21점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으며, 한국(65.05)과 중국(52.88)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 일본의 환경영역 평균점수는 지난해 대비(71.69점) 1점 정도 하락해 점수가 향상된 한국, 중국과는 대조를 이뤘다. 사회영역을 보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57.6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약 2.8점 하락하고, 중국·일본 두 나라는 지난해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은 이해관계자 대화와 양성·장애인 같은 평등기회 지표에서 두 나라에 비해 월등한 점수를 받았지만, 노동조합 및 임직원 참여 부분에서는 두 나라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 기업, 유일하게 전 영역서 점수 올라 올해 ‘동아시아 30’에서는 중국 기업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중국 기업은 한·일 양국에 비해 전체 사회책임경영 성과는 전반적으로 낮았지만, 세 나라 중 유일하게 환경·사회·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5점 정도 점수가 올랐다. 특히 환경영역의 경우, 지난해는 47.9점에 그쳤지만 올해 5점 상승한 52.9점을 받았다. 환경영역을 구성하는 전체 세부 지표에서도 골고루 점수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정부의 강화된 환경법과 엄격해진 규제 및 처벌 정책의 효과가 실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친 결과로 해석된다. 사회와 거버넌스영역에서도 기존의 한·일 기업에 비해 뒤처졌던 공급망 관리와 이사회구조 등 지표 점수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큰 폭으로 개선됨에 따라, 향후 한·중·일 세 나라의 사회책임경영 성과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3곳, 중국 2곳, 일본 2곳 새로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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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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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동아시아 30’ 한국 심사평
취약계층 고용정책 적극 도입…사회영역 점수에 영향 미쳐 서비스·유통기업, 1차 심사서 모두 탈락 올해 ‘동아시아 30’ 한국 평가는 코스피(KOSPI) 200 편입 기업을 중심으로 블룸버그 비재무적 데이터인덱스(투명경영 등 사회적 책임 관련 측정지표를 기반으로 선정한 기업 명단)에 포함된 국내 기업 364곳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 동아시아 30에 속한 국내 기업들은 업종별로 중공업과 경공업에서 각각 4곳, 금융업에서 2곳의 기업이 포함됐다. 서비스업의 경우 1차 선정 후보군에는 다수가 포함되었으나, 담합과 불공정 공급망 관리 이슈에 연루돼 모두 탈락했다. 유통업의 경우도 다른 산업에 비해 기본적인 사회책임경영 정량점수가 저조해 1차 심사에서 모든 기업이 탈락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일본이나 중국 기업들에 비해 사회영역의 평균점수가 가장 높았다. 국내 기업들이 소수 약자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세우고 관련 프로그램을 이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업 내 평등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협력사의 사회책임경영 리스크 관리 인식이 확대된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식과 실천을 개선한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 △여성의 채용 및 승진 우대정책의 실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원청과 협력사의 상생협력제도 추진 등의 규제 정책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거버넌스영역 성과, 반재벌 정서 원인 반면에 한국 기업들의 환경 및 거버넌스 영역 평균점수는 작년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사회영역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환경 보호와 환경과의 상생 등에 대해 소극적인 기업의 대응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에 대해 한·중·일 국민들 중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 사회 영역에 비해 낮은 점수를 기록한 거버넌스 영역과 관련된 이슈는 우리 국민들의 높은 반재벌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회자되었던 ‘대한항공 땅콩회항’이나 ‘롯데그룹 왕자의 난’ 등은 국내 대기업의 오너 체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부채질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한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거버넌스 이슈는 국내 기업들이 향후 가장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영역이다. 올해도 1차 정량 평가를 하고 여기에 통과한 25개 후보 기업에 대해 네거티브 스크리닝(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기업 이슈의 중요성을 판단해 후보 명단에서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대상 기간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21일까지며, 기업의 공시자료를 비롯해 언론 보도와 누리집의 공개자료, 정부 및 기관의 발표 자료를 활용하였다.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에 직접 질의·응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중요한 기업정보에 대한 불공정 공시나 분식회계 등 지배구조 관련 이슈로 탈락한 기업들도 있었으며, 담합이나 고질적인 공정거래위원회법 위반 기업들도 대거 탈락했다. 성장 우선보다 ‘제2 유일한’ 필요한 시점 2000년대 초 국내에 사회책임경영 개념이 도입된 이래로 정부와 시민단체, 이번 ‘동아시아 30’을 비롯해 각 언론사들이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저성장 체제는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서 한동안 착실하게 개선되고 있던 사회책임경영의 추세가 꺾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의는 수익이 먼저냐 사회책임경영이 먼저냐 하는 오랜 논쟁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환경이 어려울수록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하는 것이 사회책임경영이다. 기업경영이란 부침이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과 소비자 그리고 근로자들이 원하는 국내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이 좀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장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성장 최우선보다 제2, 제3의 ‘(유한양행) 유일한 회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어렵게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고용관계를 변화시키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근로자들만 손해보는 방향으로 법안 제정이 진행된다면, 당분간은 몰라도 결국은 기업들도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해관계자 간의 상생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장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영면 한국 사회책임경영전문가위원회 위원장(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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