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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충북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 아이들이 유채씨를 압착해 기름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유전자조직(non-GMO) 유기농 유채씨를 사용한다. 아이쿱생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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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협동조합
허술한 식품완전표시제 어떻게
지난 추석 명절 차례상에 롤케이크를 올렸다. 돌아가신 시아버지께서 평소 좋아하던 음식 중 하나였다. 차례상에 올리는 롤케이크이니 가능하면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을 사고 싶었다. 꼼꼼하게 표시를 살펴보니 대략 15가지 재료명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쿱생협에서 받은 ‘식품완전표시제’ 리플릿을 보니 롤케이크에는 실제 표시되지 않은 재료가 2배 넘게 들어 있단다. 게다가 콩기름, 올리고당 등은 유전자조작식품(GMO·지엠오)일 수도 있다.
의무표기 최소화…나머지는 기업 자율
우리나라는 2006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며 첨가물을 포함한 모든 원료 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식품완전표시제라 한다. 10년 가까이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현행 식품표시제에 빈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원산지나 함량비율 표기에서 최소한 의무표기를 하고 나머지는 기업 자율에 맡긴다. 복합원재료도 중량의 5% 미만이면 한꺼번에 묶어 표시할 수 있다. 첨가물도 기능명으로 묶어 표기하고 중간용매나 지엠오는 최종 생산물에 남지 않으면 생략할 수 있다. 이렇게 예외조항이 많다 보니 식품의 원료와 성분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식품사고 제1원인은 화학적 위해물
외국에서는 허술한 식품표시제가 식품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2014년 글로벌 식품안전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잔류농약, 식품첨가물 등에 따른 화학적 위해요소가 식품사고의 첫번째(20.2%) 원인이었다. 두번째(14.2%)로 잦은 원인은 알레르기, 원료·성분·함량 등 표시와 광고 등이었다. 식품사고를 일으키는 유형으로는 가공식품(36%)과 농산물(22%)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중국, 대만, 일본, 프랑스, 독일, 인도, 타이(태국), 베트남 등 각국 정부기관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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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 표시제 리플릿에서 롤케이크의 성분 표시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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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 ‘열린 캠페인’은? 질문·모임·토론 3단계 방식 대안 찾기 안전한 밥상을 위해 이번에도 아이쿱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캠페인이 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개념이었다. ‘열린’ 캠페인이란 모두가 함께 참여해 답을 찾아가거나 답이 없으면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지금 내가 느끼는 불편은 무엇인지, 다른 이들도 느끼고 있는 불편은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찾아낸 문제들에 대해 서로 소통하며 그에 대한 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중요한 과정이다. 캠페인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졌다. 첫 단계로 조합원들에게 ‘열린 질문’을 던졌다. 예컨대 ‘식품표시를 봤을 때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면 사람들은 ‘어렵다’, ‘복잡하다’, ‘불안하다’, ‘첨가물’ 등의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열린 질문을 통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첨가물 중에서도 아질산나트륨과 글루탐산나트륨(MSG)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번째 단계는 ‘열린 식탁’이었다. 말 그대로 열려 있는 식탁으로, 누구나 함께 밥을 먹으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함께 먹는 밥, 함께 나누는 생각’이란 주제로 두 달간 진행된 열린 식탁에 조합원들의 반응이 뜨겁고 깊었다. 대여섯이 모이는 소규모 마을 모임부터 수십명이 모이는 조합 회의까지 규모 또한 다양했다. 83개 지역조합 중 77개 조합에서 206회의 열린 식탁을 진행했고 전체 3711명의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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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만들자, 예외 없이’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 각 테이블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쿱생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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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 아이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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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중요성 일깨워준 의정감시 ‘협동조합과 생활정치’ 오래전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는 ‘영국 국민은 선거하는 날 하루만 자유롭고 그다음날부터는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현실도 비슷하다. 시민들은 선거일 하루만 주권자로 대접받을 뿐 다음 선거가 올 때까지 정치에 무관심하고 ‘통치받는 존재’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쓰레기 소각장 문제, 도서관 신설, 지하철 건설, 버스노선 조정, 교통신호 체계 등 우리의 생활은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들은 모두 나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제이다. 2015년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는 제4기 생활정치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해 전국 83개 지역조합 중 22개 조합의 생활정치 활동을 지원했다. 생활정치 프로젝트는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갖고, 지역의 문제를 바꾸는 데 참여하는 다양한 사례와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주제도 마을도서관 만들기 사업부터 탈핵학교,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동네 만들기,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 의정감시단 활동 등 다양하다. 특히 의정감시 활동은 올해 처음 다루는 주제이지만 22개 조합 중 12개 지역조합이 진행할 만큼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의정감시단 활동은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평범한 주부이고, 여태까지 정치나 의회 활동에 큰 관심이 없어 익숙하지 않은 내용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우선 활동가 몇 명이 소모임을 구성해 공부를 시작했다. 시의회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가 시의원이 몇 명이 있는지, 우리 동네의 시의원은 누구인지 등 시의회의 구성과 역할 등을 확인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내용이고 내가 투표해 만들어진 시의회인데도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투표 이후의 무관심’을 느끼며, 시의회 정례회 일정을 확인하고 5월 임시회의 방청을 해보았다. 의회 방청을 해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의원이 열심히 하고, 그저 자리만 지키는 의원이 누구인지 보인다. 자료를 꼼꼼히 챙기고 질의하는 의원도 있지만 그저 큰 소리로 호통만 치거나 혹은 느긋하게 지각하고, 시민들이 보고 있으니 대충 질의 한마디로 자신의 역할을 과시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러한 시의원들이 모인 시의회를 거쳐 조례가 만들어지고 우리 생활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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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리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의제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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