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7 11:54
수정 : 2017.07.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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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교인 광주제일고등학교가 광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 6월 12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광주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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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주수원의 협동조합 A to Z
시·도 교육청마다 다양한 학교협동조합 실험
문 대통령 공약에는 학교공동체 제안 담겨
‘혁신학교’ 주도한 김상곤 신임 교육부 장관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내놓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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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교인 광주제일고등학교가 광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 6월 12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광주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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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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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수학과 언어를 쓴 지는 겨우 만년밖에 안 되었다. 의식, 감정 욕구는 수 십만년 동안 아니 수 백만년 가까이 거치며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능이다. 그래서 이는 인공지능에 넣어줄 수가 없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한 말이다. 흔히 똑똑하다고 하면 수학과 언어능력, 암기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얘기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똑똑한 사람은 감정과 인성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과 인성이 수학과 언어능력보다 사실 더 정교하고 고등화되어 있어 인공지능이 쉽사리 복제할 수 없는 능력이다.
미래사회에서 어떠한 능력이 더 요구될 것인가는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인적자본 강화를 통한 기업 역량 재고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재편과도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필요한 역량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포럼에서는 단순반복적인 육체노동 관련 기술, 단순지식에 기반을 둔 인지적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분석 능력과 탄탄한 대인 관계망을 요구하는 직업은 이미 뜨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1세기 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16가지 핵심기술을 제안했다. 문해와 수해 능력과 같은 ‘기초 기술’도 있지만 협력·창의성·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역량, 일관성·호기심·주도성과 같은 ‘인성’도 중요하게 요구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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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소개한 혁신 미래교육과정의 수업 방식. 자료: <서울교육> 2017년 봄호.(※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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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도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행한 <서울교육>을 보면, “교사는 단순 지식전달이 아닌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서울의 미래교육, 미래교실’ 중에서)고 강조한다. 학교 안에서 교육 경험과 학교 밖 다양한 곳에서의 비형식적인 경험과 논리적 지식, 서사적 지식, 과학적 지성, 예술적 감성 등은 학생들의 통합적인 시각 형성과 창의성 계발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에서는 미래교육의 핵심을 협력과 참여 중심의 수업이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5일 공식 취임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09년 초대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될 때 혁신교육을 위한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워 새바람을 일으켰다. 2010년 이후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며 혁신학교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혁신학교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과 정보 전달이 아닌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뤄지는 새로운 공교육 모델로 높이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혁신학교실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적 지식과 역량, 인성을 키워주는 미래교육과 맞닿아 있다.
김상곤 교육감 체제의 경기교육청이 지난 2013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협약을 맺어 추진한 ‘학교협동조합 시범사업’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학생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이 되어 함께 조직을 운영하며 ‘더불어 사는 경제’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경기교육청의 사업이 불씨가 되어 지금은 전국적으로 45개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학교협동조합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지역주민도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김상곤표 혁신교육’의 또 다른 특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새로운 교육은 2014년 진보교육감들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으로 확장되었다. ‘마을결합형 학교’(서울교육청) 혹은 ‘꿈의 학교’(경기도교육청), ‘온마을학교’(강원도교육청)가 그 예이다.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집에도 ‘온종일마을학교’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마을배움터로서의 학교협동조합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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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선 지역주민들의 교육 현장으로 변신하는 학교를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료 : 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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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은 ‘학교 밖’의 민주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 교실이 될 수도 있다. 학교매점, 방과 후 교실과 같은 학교 안의 협동사업을 확장하면 학교 자체가 협동조합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대안학교는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주민이 함께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2년 경기도교육청이 국내 첫 공립 대안 고교인 대명고를 개교한 뒤로 강원, 경남 등에서 공립형 대안학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4월 12일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학교협동조합이 발전하면 협동조합형 유치원과 중·고교, 대학이 못 나오리란 법이 없다. 우리 사회에 독점과 탐욕이 지나쳐 최순실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런 걸 넘어서는 것이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의 공유 원리다. 이런 면에서 학교협동조합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육선진국에서는 미래학교의 모습을 이미 이렇게 그리고 있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를 위한 연구소(LRL:Learning and Redesign Lab)’에 따르면, 2030년의 학교는 ‘학습공원(learning park)’이나 ‘학습마을(learning village)’이란 용어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는 공동체이다.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배우는 장소가 미래학교의 모습이다. 따라서 운영 방식은 “매우 민주적이며 협동조합과 흡사할 것”이라고 이 연구소는 얘기한다.
학교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면 상상력이 향상돼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서로 돌봄과 배움을 만들어가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의 임신화 이사장은 “화성시에서는 폐교 등 유휴공간에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적기업에 취업하기 전 훈련을 할 수 있는 직업전문학교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해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특수한 처지와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부모들이 협동조합 학교를 통해 구현해보는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행복교육’을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 현장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시험을 위한 주입식 경쟁교육으로 황폐해진 지 오래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의 등장을 앞두고 잘해야 ‘인간 로봇’들만 양산하는 삭막한 현장이 교실의 모습이다. 협동과 배려가 일상화되고, 인간의 감성과 지성이 자라고, 그래서 행복이 충만한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 협동조합으로 그런 교실로 가는 이정표를 그릴 수 있다. 새 정부 교육 수장이 새 길을 열기를 기대해본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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