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4 20:51
수정 : 2006.02.14 20:51
엔씨 "피해자 공통 가입사이트 등 미확인"
배후는 '중국 작업장' 유력
'리니지' 게임 명의도용 가입 사건의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명의 등 개인정보 유출 경로와 배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4일 엔씨소프트[036570]와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아직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이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가 이날까지 접수된 4천500여건의 명의도용 신고를 확인한 결과 피해자들 사이에서 공통되는 가입 사이트 등은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피해자들 중 대형 포털사이트 등을 제외하고 가입한 사이트가 특별히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군소 사이트 한 곳 등에서 정보가 새어나와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하기에는 피해자 분포 등이 상당히 다양하다"고 말했다.
애초 일부 경품 행사 정보 사이트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추측도 있었으나 이는 한 관련 사이트에서 처음 피해 사실이 알려지고 엔씨소프트에 신고가 됐을 뿐 이 사이트와 개인정보 유출은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공지를 통해 "10일께 회원들 사이에서 명의도용 가입 이야기가 처음 제기되자 사이트 운영자가 엔씨소프트에 신고해 사건을 가장 먼저 알렸을 뿐이며 우리 사이트의 회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 온라인 경품 행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법 판매 등 사고가 잦았던 점으로 미뤄 특정 행사에 응모한 네티즌의 개인정보가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네티즌 등에 따르면 인터넷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60∼70대 노인들의 명의가 도용된 사례도 여럿 있어 웹사이트가 아닌 통신업체 등의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다수 명의도용 계정의 가입일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집중돼 있으나 2004년 12월 등 1년 이상 지난 오래된 계정도 여럿 발견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쓰이다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발견된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한 반면 명의도용 계정을 만들고 이용한 쪽에 대해서는 게임업계 등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을 긁어모아 현금 거래 등으로 돈을 버는 국내외 게임 아이템 유통업자, 이른바 '작업장', 그 중에서도 대규모 산업화된 중국쪽의 작업장에 의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 규모는 작년 6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최고 5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품목까지 거래될 정도로 큰 산업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아이템을 확보한 뒤 내다 팔아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중국의 게임 아이템 유통 산업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10만명 이상이 종사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경찰청은 작년 중국 작업장 수사 결과 한 해 약 1조원(추정치) 규모의 국내 아이템 시장에서 유통되는 아이템의 95% 가량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어 한 해 9천억원 이상의 아이템 거래 수익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큰 수익을 위해 중국 작업장들은 한국 온라인게임 등을 상대로 이번과 같은 개인정보 도용, 해킹 등 범죄적 수단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대량의 명의도용 계정을 만드는 것은 중국 작업장들이 값싼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해 게임 아이템ㆍ머니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하는 매우 일반적인 수법이다.
실제로 작년 9월 1천억원대의 게임 아이템을 국내 유통시키다 경찰청에 적발된 중국 업자들의 경우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 해킹이나 여행사를 통해 확보한 5만3천여명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계정 12만개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명의도용 ID 중 'xi…', 'qi…' 등 중국어와 비슷하게 시작하는 ID가 적지 않아 명의도용 계정 중 상당수가 중국 작업장에 의해 이용됐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으나 중국 작업장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고 중국 등으로 어떻게 흘러들어가 이용됐는지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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