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보율 2만4천%로 LGT의 2천배
이동통신업계의 지배적 사업자와 후발업체간의 유보율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선두업체는 쌓아놓은 돈이 흘러넘치는 상황인 반면 후발업체는 투자에 나서기도 벅찬 형국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가 최근 1.4분기 제조업체 537개사의 유보율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017670]은 2만3천966%였고, KTF[032390]는 311%를 나타냈다. 분석대상에서 제외된 LG텔레콤은 3월말 현재 유보율이 12%라고 밝혔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영업활동, 자본 거래로 벌어 들인 자금을 얼마큼 사내에 쌓아 두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유보율을 보면 한쪽은 돈이 흘러 넘치는데도 투자는 하지 않고, 한쪽은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도 벅차다는 얘기다. 대표적 장치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3월말 유보율은 5천746%로 SK텔레콤의 4분의 1 수준이었고, 제조업 평균 유보율은 637%로 집계됐다.SK텔레콤은 요금 인하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이동통신 산업이 장치산업이어서 투자 부담이 큰 만큼 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지만 실제로는 수익의 대부분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은 유ㆍ무선을 합쳐 가장 많은 2조5천8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설비투자 금액은 1조5천175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투자비율이 59%에 불과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회사는 설비투자 비율이 2003년 11%, 2004년 22%, 2005년 55%로 2005년까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투자금액은 2005년과 지난해 1조5천억원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3세대 시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KTF는 지난해 영업이익(6천687억원) 대비 설비투자 금액(1조2천164억원) 비율이 182%로 투자가 많았다. LG텔레콤은 5천500억원을 투자해 설비투자 비율이 93% 수준이었지만, 유보율이 12%에 불과해 번 돈의 대부분을 투자에 쏟아 부었다. 업계에서는 3.5세대 이동통신 중 범용화된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에서 HSUPA(고속상향패킷접속)으로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는 중계기 부품만 바꾸면 돼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설비 투자보다는 인수합병이나 신규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등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을 쌓아놓는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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