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1.18 12:01 수정 : 2010.01.18 12:07

정보화진흥원 ‘미래 이슈’ 보고서
인터넷 마비사태…사회성 없는 인간…정보독점 권력 출현





김누리는 내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를 앞두고 있다. 세 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을까. 아버지는 2번 후보를 추천하지만, 컴퓨터는 세 후보의 약력과 비전을 분석해 3번 후보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더 적합하다고 알려준다. 그는 결국 3번을 찍는다. 투표를 마치고 나자, 고교 동창이 오랫만에 한잔 하잔다. 하지만 그는 동창의 제의를 뿌리치고 때맞춰 인터넷에서 만난 사이버세상 친구와 만나 개표 결과를 보면서 온라인 수다를 떨기로 한다.

미래의 가상 이야기다. ‘미래 정보사회’라고 하면 대부분 장미빛 가득한 유토피아 세상을 먼저 떠올린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생활의 편리함과 효율성이 극대화하고, 재택근무와 원격서비스 같은 게 일상화돼 출근전쟁이나 교통체증이란 말도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미래 정보사회를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예상하고 해소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누리 경우도 지금은 부작용으로 간주되지만, 정보사회가 되면 당연한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 정보사회 부작용 경고
“장밋빛 환상 깨고 위험요인 대책 세워야”

17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내놓은 ‘미래 정보사회 이슈’ 보고서를 보면, 미래 정보사회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머금고 있다. 지난해 10~11월 국내외 전문가 1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보고서는, 미래 정보사회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충분하다. 누구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을지를 컴퓨터에게 물어봐서 결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 산업 육성 추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보사회의 밝은 면은 강조하면서 부작용은 애써 외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먼저 정보사회는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극대화한다. 모든 게 정보기술을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장애나 오작동이 생겼을 때다. 병원 전산시스템이 다운됐다고 생각해보자. 접수부터 진단, 치료까지 모든 게 마비된다. 아프다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소용없다. 이런 부작용은 이미 경험하고 있다. 행정·금융전산망 장애로 행정·금융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최근에는 백신프로그램의 오진으로 민원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국가가 정보기술 표준이나 시장을 선점한 특정 다국적 정보기술업체에게 휘둘릴 수도 있다. 윈도로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에서 이미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윈도 중심으로 정보화를 추진해온 결과, 벌써부터 엠에스가 윈도 전략을 바꿀 때마다 행정과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비상이 걸린다. 얼마 전 엠에스가 윈도98에 대한 보안 지원을 중단한다고 했을 때는, 국가정보원에 딸린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이 미국 엠에스 본사까지 찾아가 윈도98에 대한 보안 지원 중단 시기를 미뤄달라고 간청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도 위기를 맞는다. 앞선 성능으로 무장한 컴퓨터가 사람보다 더 신뢰받는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능력까지 대체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컴퓨터에게 묻는 웃지 못할 상황도 예상된다. 남 탓이 아니다.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같은 것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람보다 기계에 더 의존하고, 사람보다 기계를 더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만나는 관계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관계를 더 중시하면서 사회성도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직접 만나는 관계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것) 기술의 발달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돼,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행동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가운데 어디에 포함되는지조차 헷갈릴 수 있다. 사이버세상에 정보 쓰레기가 쌓이고, 거짓 내용의 자극적인 정보가 사실인양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데이터 세탁’ 문제도 발생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 2010~2020년 사이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보화 속도와 부작용 해소 노력 정도에 따라 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 박상현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미래 정보사회의 기회요인 뿐만 아니라 위험요인도 미리 예상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게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정보화 투자가 사회적 효용 증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부작용 해소를 위한 선투자 전략도 필요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