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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6 14:36 수정 : 2010.01.26 15:25

없으면 주위 ‘눈총’에 주눅…사용법 제대로 몰라 ‘낑낑’
다음달 줄줄이 신품 출시…기기값·요금 큰 폭 하락할듯

#1.

중견기업 과장인 김상일씨는 요즘 휴대전화 때문에 고민이다. 그의 휴대전화는 1년 정도 됐고, 사용에 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회의나 모임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휴대전화를 꺼내놓지 않을 때도 있다. 며칠 전 동창 모임 때도 전화를 받은 뒤 탁자 위에 올려놨다가, 한 녀석으로부터 “너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안 바꿨냐? 분위기 파악 좀 하고 살아라”고 한 마디 들었다. 그의 휴대전화는 2년 약정 상태여서 바꾸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2.

대기업 부장인 이아무개씨는 최근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개통했다. 회사 대표가 아이폰을 쓴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임직원 상당수가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는 기존 휴대전화로 하고, 아이폰은 주머니에서 잠잘 때가 더 많다.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면서도 분위기 때문에 개통해 다달이 6만5000원씩 요금을 더 물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보일 때도 있다.

이른바 ‘스마트폰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바꾸자니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데 괜히 바꿔 비싼 요금을 물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고, 그냥 쓰자니 ‘루저’ 취급하는 것 같은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언론도 연일 재벌 회장, 대기업 사장, 유명 정치인 등 출세한 사람들의 스마트폰 입문기를 다뤄, 스마트폰 안쓰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실제로 요즘 모임이나 회의에 나가면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안 바꿨어”라는 인삿말과 “스마트폰 안 쓰는 사람은 ‘루저’”라는 농담이 흔히 오간다. 이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면서 월 몇 만원씩 통신비를 더 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전에도 있었다. 1990년대 중반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고, 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이 등장할 때도 연출됐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면 ‘컴맹’,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면 ‘넷맹’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밀려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컴퓨터를 들여놓고, 혹시나 먼지라도 앉을까봐 비닐로 꼭 싸매두는 집도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언론 보도에는 늘 ‘일반 사용자들은 기다렸다가 안정성이 검증되고, 주위에 새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져 모르는 게 있을 때 쉽게 물어볼 수 있게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바꾸라’는 안내가 붙는다. 개인용 컴퓨터와 초고속인터넷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의 특성도 운영체제와 다르지 않다.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나날이 사용법이 쉬워지고 편리해지면서 값이 떨어진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아직도 스마트폰 요금제는 비싸고, 사용 제약 역시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다음달 초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면 스마트폰 선택 폭은 한층 넓어진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옴니아2’에 더해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기대를 받아온 안드로이드폰까지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은 다음달 5일부터 모토롤라가 ‘모토로이’를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용으로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택 등도 차별화된 기능을 채택한 제품을 줄줄이 쏟아낼 예정이다. 올 하반기쯤에는 아이폰 신제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작은 컴퓨터에 이동통신 기능을 더한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오피스’용 장비이다. 따라서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사무실 운영비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기업들처럼, 사내 통신망과 전산시스템(인트라넷)을 스마트폰까지 확대한 뒤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업무용 장비로 보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철도공사 등 일부 기업들은 이미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하기 시작했고, 통신업체들도 올해의 주력사업으로 기업 고객의 모바일 오피스를 꼽고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회사가 스마트폰을 지급할 수도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고, 요금도 높다. 곧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급형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 요금제도 요금을 낮추는 쪽으로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정완용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올해 주요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 문턱을 낮추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조금만 기다리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싸거나 공짜로 손에 넣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필요하거나 써보고 싶은데도 가격이 낮아지길 기대하며 기다리라는 게 아니다. 그랬다가는 평생 기다리기만 할 수밖에 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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