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18 22:00
수정 : 2010.02.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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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밋 구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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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랫폼 머물것” 콘텐츠시장 진출설 부인
“구글과 통신사업자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수익을 추구하는 협력자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사진)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회에서 기조연설의 상당 부분을 구글을 협력자로 봐줄 것을 통신업체들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다소 흥분된 말투로 “구글이 통신사업자들을 ‘덤 파이프’(dumb pipe·단순 통로)화시키고, 매출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우려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구글의 모바일 사업 강화가 통신사업자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슈밋 회장은 특히 “무선데이터 사용과 무선인터넷 매출의 증가는 통신사업자들에게 환상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시각도 있으나 단연코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구글은 플랫폼에 머물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시장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하나의 승자가 독식하는 형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생긴 이익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분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구글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과 수익을 나누려고 노력한다”며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시스템은 개발자들이 수익을 얻지 못해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새로운 규칙은 모바일이 최우선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해, 구글의 사업이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맞춰질 것임을 예고했다.
슈밋 회장의 발언은, 구글이 통신사업자들의 ‘공적’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SKT) 이동통신부문 사장과 표현명 케이티(KT) 개인고객부문 사장 등 전세계 이동통신 사업자 모임인 지에스엠에이(GSMA) 이사회 구성원들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개막 전날(14일) 전시장에 모여 6시간가량 회의를 하면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구글의 통신시장에 대한 영향력에 우려를 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 인텔이 개인용 컴퓨터 칩 시장을 장악한 뒤 관련 분야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뒤 단말기와 애플리케이션 시장까지 거머쥐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글이 넥서스원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넥서스2까지 내놓는 것을 우려의 근거로 삼았다.
지에스엠에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국내 통신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애플의 아이폰은 이미 한계를 맞아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구글을 화제로 삼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넥서스원 출시는 운영체제 테스트용이고, 구글은 플랫폼만 한다고 강조하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뒤에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아느냐는 게 전세계 통신업체들이 구글에 대해 갖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이 이런 우려에 따라 안드로이드폰을 소극적으로 대할 경우, 구글의 안드로이드 확산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통신업체들은 이미 공동으로 ‘도매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구글의 영향력을 무력화하는 전략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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