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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고무줄 공급 아이폰 품위 유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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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공급량 들쭉날쭉
재고 쌓이면 이미지 추락
“인기유지 위한 전략인 듯”
애플이 케이티(KT)에게 ‘아이폰’ 공급물량을 예상수요에 조금 모자라게 주는 방법으로 대리점들의 ‘밀어내기’ 영업을 차단하면서 시장 가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공급된 다른 휴대전화는 인기제품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고가 쌓여, 보조금 더 얹는 방식의 밀어내기로 이어졌다. 아이폰은 애플의 스마트폰으로, 우리나라에는 케이티를 통해서만 공급하고 있다. 10일 케이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애플이 케이티에게 주는 아이폰 물량이 지난달부터 들쑥날쑥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주문이 늘어 어쩔 수 없다며 물량을 줄였다가 다시 늘려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애플이 물량을 줄일 때마다 1차적으로 케이티에 비상이 걸리고, 4~5일쯤 뒤에는 주문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리점에서 아우성이 터진다”고 말했다. 케이티와 대리점들은 단말기 보유대수를 하루 평균 판매량의 3배수 정도로 유지하려고 애쓴다. 예컨대 하루 10대를 판매하는 대리점은 30대 정도의 물량을 갖고 있으려고 한다. 이 정도의 재고를 유지해야 천재지변이나 화물 운전사들의 파업 등으로 물량 공급이 막힐 때도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재고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적으면 물량 확보와 단속에 나서고, 넘으면 ‘밀어내기’ 영업 등을 한다. 하지만 케이티와 대리점들이 갖고 있는 아이폰 물량은 늘 적정 재고 수준을 밑돈다. 케이티 관계자는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애플이 주는 물량이 줄어 다시 떨어진다”며 “최근에도 오스트레일리아 쪽의 주문이 늘었다며 물량을 줄였다가 다시 늘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애플이 공급부족 현상을 연출해 아이폰의 시장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이폰 공급이 40만대를 넘어서면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자 공급 물량을 조절해, 소비자들에게 ‘아이폰은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인식을 심는 동시에 통신업체들의 밀어내기 영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 고위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유통망의 재고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며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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