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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그동안 카메라에서 금기시되던 ‘터치’로 주요 기능을 조작하는 기술이 렌즈교환식 카메라에도 등장했다. 터치 조작 기능을 탑재한 파나소닉의 하이브리드 디카 ‘지2’(G2). 파나소닉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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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탓에 기피해오다, 최근 렌즈교환식에 탑재돼
초점맞추기·셔터작동 등 활용…기술확산 여부 주목
디지털 기술은 정밀광학기계 카메라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철칙’들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9일 일본 도쿄 파나소닉센터에서 열린 파나소닉의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 ‘지2’(G2)발표회에선 흥미로운 카메라 기술이 소개됐다. 지2는 렌즈교환식 카메라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터치 조작’ 기능을 탑재했다고 소개했다. 초점 맞추기나 셔터 작동 등을 터치를 인식하는 엘시디(LCD) 화면을 만져서 조작하는 방식이다. 사진 촬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은 최대한 흔들림 없이 안정된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아무리 색감이 뛰어나고 구도와 피사체가 훌륭하더라도 셔터가 열릴 때 카메라가 흔들려버리면 ‘망친 사진’이 되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출현했다. 렌즈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여 더 짧은 순간에 셔터를 누를 수 있게 해 흔들림을 줄였다. 삼각대가 쓰이고 있으며, 셔터를 누를 때 생기게 마련인 흔들림을 없애기 위해 셔터에 별도의 연장코드를 사용할 수 있고 리모콘도 개발됐다. 최근 디카들은 흔들림이 있더라도 이를 감소시켜주는 손떨림 방지기능을 경쟁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풀터치폰처럼 버튼을 없애고 모니터 화면을 확대해 터치로 조작하는 게 최근 디지털 제품의 경향이지만, 카메라에 ‘터치’는 상극이었다. 지2에 채택된 터치 기술은 일종의 ‘금기’에 대한 도전이다. 지2 발표회장에서 만난 파나소닉의 도모자와 이즈미 상품기획부장에게 터치 기술의 위험성과 새 기술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도모자와 부장은 “터치로 인해 흔들림이 생기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2는 가벼운 터치로 작동하기 때문에 손떨림 방지 기능을 같이 쓰면 그리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터치의 장점이 더 크다고 사용자가 느낀다면 세계시장이 카메라의 터치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터치 조작은 초점범위 이동을 할 때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메라엔 자동초점 기능이 탑재되는데, 초점이 맞는 범위는 가운데나 앞쪽이다. 뷰파인더로 보이는 모습에서 구석이나 특정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면, ‘스폿 초점’을 선택한 뒤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맞춘 상태로 피사체를 향해 렌즈를 이동시켜야 했다. 특정 피사체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긴한 촬영술이지만, 초보자는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2는 엘시디 모니터에서 촬영자가 터치하는 대상에 초점이 맞춰진다. 카메라 본체에 흔들림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여성이나 초보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기능이다. 소니가 최근 공개한 하이브리드 디카 시제품에도 터치로 초점범위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터치 기술의 확산 여부가 관심이다. 카메라는 고유의 기능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변신해왔다. 한 눈을 감고 피사체를 들여다보던 뷰파인더를 엘시디 화면이 대신하고 있다. 엘시디 화면은 피사체 확인만이 아니라 촬영에 관한 각종 정보가 제공되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일안렌즈반사식 디카(DSLR)가 ‘눈에 보이든 대로’ 찍기 위해 필요로 했던 거울과 오각프리즘은 하이브리드 디카에서 전자기술로 대체됐다. 늘 신기술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폴라로이드의 즉석 인화 카메라 기술이나 코닥이 필름에 노출과 조리개값 등 촬영정보를 담기 위해 개발한 어드밴틱스필름 등은 ‘혁신’적이었지만, 보편화에 실패했다. 근래 카메라 기술의 모든 변화는 필름의 광학이미지가 0과 1이라는 전자적 정보로 바뀌어 저장·처리되기 시작한 디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기술 고유의 특성 못지않게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소비계층이 결정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디카는 젊은 여성층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과 간편한 휴대성을 함께 찾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간편한 조작으로 초점이동과 배경흐리기(아웃포커싱) 효과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금기의 기술, 터치’가 고급카메라에서도 보편화할지 주목된다.
도쿄/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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