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3.24 16:03 수정 : 2010.03.24 16:03

010 밀어붙이기? PCS 밀어내기!

KT·LGT 번호통합 주장 속내
011~019 통신망 비용 만만찮아 철수 계획
정부에 통합 부채질…고객 빼오기도 유리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서둘러 강제통합할 것인지를 놓고, 이동통신 3사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번호이동 정책의 성공으로 통합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용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케이티(KT)와 통합엘지텔레콤(LGT)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초 계획대로 서둘러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케이티는 블로거들을 앞세워 통합의 당위성을 확산시키는 전략까지 쓰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03년 3세대 이동통신에 010 번호를 부여하면서, 010 번호 사용자 비율이 80%를 넘으면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010 번호 사용자 비율은 곧 80%를 넘는다.

011~019 번호 사용자들과 시민단체들도 이동전화 식별번호 강제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정책연구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케이티와 엘지텔레콤은 무슨 이유로 이용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케이티는 2007년부터 3세대 이동통신(WCDMA)에 ‘올인’해왔다. 기존 개인휴대전화(PCS) 는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신규 단말기 출시를 중단했고, 통신망 보수도 사실상 포기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내년 6월이면 개인휴대전화용으로 받은 1.7㎓ 대역 주파수의 사용기간도 끝난다.

케이티는 개인휴대전화용 주파수 사용기간 만료에 맞춰 개인휴대전화 서비스 중단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를 모두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게 안되면 개인휴대전화 주파수를 다시 받고, 개인휴대전화 통신망도 계속 운용해야 한다. 23일 현재 케이티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는 250여만명이고, 이 가운데 120여만명이 011~019 번호를 쓰고 있다. 010 번호 사용자들은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시키기가 쉽다. 문제는 011~019 번호 사용자들이다. 전화번호가 바뀌는 게 싫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개인휴대전화 이용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개인휴대전화 가입자가 남아 있는 한, 케이티는 개인휴대전화 서비스를 접을 수 없다. 케이티는 개인휴대전화용 주파수를 다시 할당받을지 여부를 늦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이에 정부를 앞세우는 것이다. 정부가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강제로 010으로 통합하면,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의 전화번호가 모두 010 번호로 전환돼 3세대 이동통신으로 옮기기가 쉬워진다. 정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유인책을 써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게 들 수 있다. 케이티가 개인휴대전화용 주파수를 다시 받고 개인휴대전화 통신망을 계속 운용하려면 수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노려,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이 ‘알박기’라도 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케이티는 다른 셈도 하고 있다. 케이티 쪽에서 볼 때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면, 011~019 번호를 쓰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우량 가입자를 빼오기가 쉬워진다. 011~019 번호를 사용하는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는 640만명에 이른다.


엘지텔레콤의 이해도 케이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700~900㎒ 대역 주파수를 받아 4세대 이동통신(LTE) 시장에 먼저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동전화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는 게 유리하다. 에스케이텔레콤의 011 가입자를 빼오는 기회도 생긴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는 그만큼 이동전화 식별번호 통합 일정이 빠를수록 불리하다. 경쟁 업체인 케이티가 개인휴대전화에 발목이 잡히는 게 에스케이텔레콤한테는 ‘행복’이 될 수도 있다. 케이티가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을 없애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케이티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을 끌어오는 기회도 생긴다. 원가 회수가 거의 끝난 2세대 이동전화에서 연간 수조원씩 발생하는 수익도 지켜야 한다.

이동전화 식별번호 통합 여부에 대한 이동통신 업체들의 다른 속내는 011~019 번호를 사용하는 이동전화 이용자들에게 전화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케이티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은 유인책을 기다렸다가 전환하고, 에스케이텔레콤의 2세대 이동전화 가입자들은 통화료 인하를 요구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미 케이티 개인휴대전화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쓰고 있으면, 케이티가 유인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