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06 19:53 수정 : 2010.05.06 19:53

스마트폰 분기별 시장 점유율 추이

세계 최대 PC업체 HP도 진출…“시장, 게릴라전 양상”
한발 늦은 국내업체들, 제품다양화·가격경쟁력 ‘기대’

삼성전자나 엘지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것은 기민한 모방 능력 덕택이었다. 선발 회사였던 노키아나 모토롤라의 새제품은 국내 휴대전화 개발자들의 추격 본능을 자극했다. 그래서 이들 업체 제품보다 더 잘 터지고(음질), 더 선명하며(화질), 더 예쁘면서도(디자인) 더 싼(가격) 휴대전화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았다.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2위에 오른 것은 바로 이런 ‘추격 전략’의 성공을 웅변한다.

■ 고차방정식, 스마트폰 경쟁구도 하지만 이런 단선적 경쟁구도는 지난 2008년 7월 애플이 아이폰(3G)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업계에선 낯선 애플은 기존 휴대전화를 좀 더 개량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검색의 제왕’ 구글도 애플과 비슷한 전략으로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타도 노키아’만 외치던 국내 업체들로선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여기에 난데없이 피시 제조업체들까지 스마트폰 시장에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세계 최대 피시 제조업체 휼렛패커드(HP)의 팜 인수는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노버나 델, 에이서 등 세계 각국의 피시 업체가 이미 스마트폰 생산을 하고 있지만, 휼렛패커드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은 휴대전화 시장에 다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로선 버거운 경쟁상대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휴대전화 시장은 전선이 불분명한 게릴라전 양상을 띠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에 따라 기업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숨가쁜 추격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나온 갤럭시(삼성전자), 시리우스(팬택)이나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옵티머스(엘지전자) 등은 기능이나 성능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장치 등 스마트폰 핵심부품에 대한 제조 능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 스마트폰 비중 추이
■ 절름발이 국내업체, 가격으로 승부 볼까? 재미있는 점은 신종 국산 스마트폰은 독자 운영체제가 아니라 모두 구글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는 대목이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구글과 연합해 애플에 맞서는 형국이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모두 구글의 우산 아래 들어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드웨어(휴대폰 제조사)와 통신망(통신사업자)과 함께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한 축인 소프트웨어(운영체제, 콘텐츠)를 전적으로 외부에 발목을 잡힌 꼴이 됐기 때문이다.

엘지전자가 애초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를 채택한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짰다가 올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데서 보듯이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힘은 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흔들 정도다. 삼성전자가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를 개발했고, 이를 활용한 바다폰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지만, 얼마만큼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동형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폰 강자들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갈수록 폐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어마어마한 수익과 혜택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국내 업체들은 더 양질의 스마트폰 만들기에만 집중할 뿐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플랫폼 경쟁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기댈 수 있는 반전 카드를 가격 경쟁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게 되면 결국 싼값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시장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승은 케이비(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은 빠른 성장과 동시에 고급형 시장과 보급형 시장으로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한 노키아나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전통적 휴대전화 제조업체에게도 기회가 온다”고 전망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