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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0 21:18 수정 : 2010.05.11 06:43

웹페이지의 내용과 표현방식의 분리로 획기적인 웹표준을 만든 캐스케이딩스타일시트(CSS)를 창시한 노르웨이 오페라소프트 최고기술임원(CTO) 호콘 비움 리가 지난 7일 종로구 계동 낙고재에서 김기창(왼쪽) 고려대 교수를 만나, 한국의 웹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웹표준 운동’ 이끄는 호콘 비움 리-김기창 교수 대담





김기창 “모바일웹만 활성화하는 건 웹에 대한 무지”
호콘 비움 리“브라우저 끼워팔기 공정위에 정보제공 용의”

노르웨이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최고기술임원 호콘 비움 리가 한국을 찾았다. 리는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를 만나, 웹표준과 한국의 웹 현실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리는 1994년 텍스트 기반의 웹페이지(html)에 다양한 그래픽 요소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캐스케이딩스타일시트(CSS) 규격을 만들어 현재의 웹표현이 가능하도록 만든 웹표준의 선구적 인물이다. 김 교수는 오픈웹을 설립해 마이크로소프트(MS) 익스플로러 전용의 국내 인터넷에 보편적 접근성을 부여하자는 운동을 벌여왔다. 대담은 지난 7일 종로구 계동 낙고재에서 이뤄졌다.

김기창 (이하 김) 당신이 창시한 시에스에스는 웹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호콘 비움 리 (이하 리) 이 프로토콜(CSS)을 통해서 웹문서를 내용과 표현방식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는 내용과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하나의 문서안에 뒤섞여 있어서, 기기·브라우저별로 중복작업을 하거나 특정 환경만을 지원했다. 초기 웹문서는 이미지와 메뉴 글꼴 등을 그림파일로 불러들여 일일이 명령어로 적거나 좌표 처리를 하다 보니 호환성이 없었다.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여겨졌던 시에스에스가 10여년 전부터 웹표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의 인식과 자각 때문이다. 기존의 웹과 워낙 달라 새로 배워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게 가능할까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지만, 이 기술이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가를 개발자들이 이해하면서 대세가 됐다. 특히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앞선 유행이 되면서 빠르게 확산됐고, 모바일 단말로 더 확고해졌다. 김 교수가 한국에서 펼친 오픈웹 운동은 다른 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신이 한국 웹환경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왔다고 보는데 맞나?

아니다(웃음). 내가 2006년 오픈웹을 만들어 특정 제품에서만 돌아가는 한국의 웹 현실을 개선하려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아이폰 하나로 순식간에 풀리는 상황이다. 아이폰으로 한국 웹의 기괴한 현실이 인식되기 시작했으나 해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조짐이 있다. 한국 정부는 피시웹과 모바일웹을 분리해 모바일웹 활성화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 표준을 지켜 웹을 건강하게 만들면 이용자 편의나 업계 경쟁력 향상에 모두 도움이 된다. 정부가 모바일웹 활성화를 내건다는 것은 피시웹에서 문제가 왜 생겨났는지와 웹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주는 셈이다.



왼쪽부터 김기창 고려대 교수, 호콘 비움 리 오페라소프트 최고기술임원.
한국 웹이 특별한 상황에 놓이게 된 배경은?

한국형 무선인터넷표준(WIPI) 의무화에서 보듯, 정부는 육성책으로 끌고가야 세계적 사업기회가 생겨날 것이라는 인식을 했던 것 같다. 인터넷망을 깔고 땅을 파는 것과 달리, 위피, 전자금융, 보안, 웹페이지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런 접근방법은 안 통한다. 또한 웹표준과 이를 지킬 때 효율성에 대한 개발자 안목과 발주자의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글로벌 담론을 따라간다면 생겨나지 않을 문제다. 장기적 안목 없이 ‘더 빨리, 더 싸게, 돌아만 가게’ 발주하고 납품하는 열악한 업계 관행 탓에 새로운 기술과 안목을 배울 틈이 없다. 웹표준을 따른 선진적 기술을 선택하면 유지보수도 쉽고 다양한 기기를 쓰는 이용자를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오페라가 주창하는 ‘하나의 웹’(One Web)은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인가?

특정 기기에 최적화된 앱(App)이나 사용자 단말에 별도로 설치하는 플러그인이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차이보다 하나의 페이지로 다양한 기기의 사용자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게 더 좋은 길이다. 다른 나라들은 10여년 전 이렇게 바뀌었지만, 한국은 그대로다. 웹 문서규약(html)은 운영체제, 기기 종류, 사용자 환경 등으로부터 독립돼 있는 약속이다. 이를 앱이나 플러그인, 기기별로 중복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웹을 분절화시키는 것이다. 웹기술은 갈수록 진화해 더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오페라는 유럽연합에 엠에스의 브라우저 끼워팔기를 제소해서, 결국 엠에스가 유럽에서 브라우저 선택권을 도입하게 했다. 한국에서도 이를 요구할 계획 있나?

제소를 한 것은 아니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브라우저 선택권 부여 이후 점유율 변화는 긍정적이며 만족한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하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용의 있다. 운영체제를 독점하는 사업자는 브라우저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한국에서 유능한 개발자를 많이 만났는데 이들이 특정 플랫폼용 플러그인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웹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깨지기도 쉽고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아기를 키우듯 웹을 개방된 표준으로 지키면서 잘 길러야 한다는 당부를 하고 싶다.

정리/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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