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피시는 농업국가 때의 트럭 신세” 공격
발머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쓸것” 반격
애플이 지난달 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면서 시선을 끌게 된 두 회사의 신경전이 ‘피시(PC)의 미래’ 논쟁으로 번졌다.
먼저 상대를 찌른 것은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지난 1일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유력인사들이 모인 <월스트리트저널> 콘퍼런스 연설에서 피시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농업국가였을 때는 모든 차가 트럭이었지만, 사람들이 도심으로 이주하면서는 승용차를 타기 시작했다”며 “피시는 트럭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의 연설은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대가 가고, 자사의 태블릿 피시 아이패드나 휴대전화 아이폰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비유로 주장한 것이다. 아이패드는 미국에서 두달 만에 200만대 판매라는 좋은 실적을 올렸고, 지난달 28일 세계 판매에도 들어갔다.
이 발언이 엠에스를 겨냥한 것으로 들리자, 스티브 발머 엠에스 최고경영자는 3일 잡스가 섰던 연단에 올라 ‘피시는 죽지 않는다’는 반박을 내놨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발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더 많은 사람들이 피시를 쓸 것”이라며 “피시는 계속 변이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잡스가 아이패드를 피시의 범주 밖에 놓은 것을 의식해 “어떤 피시는 키보드를 달겠지만, 다른 것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쪽이 인위적 차별화를 하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발머는 그러나 “우리는 사이클을 놓쳤다”며 엠에스가 모바일 환경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피시 운영체제(OS) 시장을 지배하는 엠에스는 휴대전화 운영체제에서는 5위로 처져있다.
두 회사의 서먹한 관계는 발머가 오는 7일 애플의 ‘세계 개발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더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엠에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애플이 4세대 아이폰을 선보일 예정인 이 회의에 발머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엠에스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고경영자 시절 애플 행사에 참석해 각국 개발자들에게 애플 제품에 엠에스 소프트웨어를 적용시켜 달라고 부탁하고는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