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게임전시회 가보니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라.”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3대 게임기 업체들이 일제히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으며 스마트폰에 맞서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자게임전시회(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10)는 이들 3개 업체의 신기술 경쟁으로 활기에 넘쳤다. 게임기 업체들이 스마트폰과 맞대결에 나서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만이 아니라 게임기 업계에도 ‘위험한 침입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엔피디(NPD)그룹에 따르면 올 1~3월 미국의 게임기 시장 성장률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10%대를 기록했으며 4월 게임기 판매는 1년전에 비해 37%나 줄어들었다. 특히 앞서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아이폰4 출시행사는 게임기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폰4에 자이로스코프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자이로스코프는 3개 축에서의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기기로, 3차원 게임 등을 구현하는 핵심열쇠다. 스마트폰에 3대 게임기 업체들이 내세운 무기는 바로 ‘실감형 게임’. 스마트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실감나는 게임’으로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MS, Xbox360 ‘키넥트’센서로 게이머 동작 인식
맨손으로 양궁·요가 즐겨 ■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처럼, 키보드나 컨트롤러 없이 몸동작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키넥트(Kinect)’는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이다. 엠에스가 수년간 개발해온 ‘네이틀(natal)‘ 프로젝트가 엑스박스용으로 상용화된 것이다. 엑스박스와 연결된 센서가 몸 전체의 동작을 인식해 게임기 앞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작동한다. 게임화면 귀퉁이에는 게이머의 신체가 실루엣 형태로 나타나, 내 동작을 보면서 조작할 수 있다. 엠에스는 개발사들과 함께 탐험·요가·스포츠 등 키넥트 기반의 게임 6종류를 선보였다. 양궁과 테니스를 직접 체험해봤더니, 컨트롤러 없이 몸으로 시늉 자세를 취했을 따름인데도 게임기는 동작을 인식해 화면 속의 나에게 활과 라켓을 쥐어주고 화살을 날리고 공을 쳐내게 했다. 활을 쏘거나 공을 쳐낼 때처럼 물리적 반발력이 없고, 정교한 조작이 어려웠지만 몸동작을 인식하는 기계는 신기했다. 장애물달리기·댄스게임 등 애초부터 장비없이 하는 게임은 실제와 매우 유사해, 따라 하다보면 땀이 날 정도였다. 오는 11월 미국에서부터 시판된다. 소니, PS3 ‘무브’
동작 인식 컨트롤러 탑재
“Wii보다 정교한 조종 가능” ■ 소니 ‘무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작동하는 동작인식 컨트롤러 ‘무브(Move)’와 이를 활용한 게임들을 선보였다. 닌텐도 위와 유사하지만, 컨트롤러마다 다른 빛을 내는 공이 달려 있다. 무브는 3개축에서 작동하는 가속센서, 자이로스코프, 지자기센서를 탑재해 위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소니측은 위보다 훨씬 정교한 조종이 가능한 실감형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9월부터 아시아와 유럽지역에 출시한 뒤 내년초까지 20개 넘는 타이틀을 선보이고 무브 컨트롤러를 50달러에 팔 계획이다. 전시장에선 무브를 이용한 총싸움·권투게임 등이 시연됐는데, 체험자들의 주된 반응은 기존의 동작인식 게임과 큰 차이가 없어 기존제품과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쪽에 가까웠다.
닌텐도 ‘3DS’
무안경 3차원 게임기 선봬
휴대용 이점…화면도 커져 ■ 닌텐도 ‘3DS’ 다른 업체들이 위를 모방한 제품을 내놓는 사이 닌텐도는 3차원 휴대용 게임기로 다시 앞서나갔다. ‘닌텐도3디에스’를 들고나온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는 모두 검은 안경을 쓴 입체영화관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주며 “닌텐도3디에스는 어디에서나 맨눈으로 3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종전보다 커진 3.5인치 화면에는 입체감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단추가 달려 있다. 입체를 느낄 수 있는 화각은 좁았지만, 1인용 게임기 특성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년 1분기 출시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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