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01 21:41
수정 : 2010.07.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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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제이콥슨 퀄컴 회장이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고 그랜드햐얏트 호텔에서 열린 ‘업링크 2010’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퀄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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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운영체제 브루MP 공개
성능 낮은 칩에서도 ‘작동’
인도네시아·미국 등서 주문
세계적인 이동통신 칩 공급업체인 퀄컴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 뛰어든다. 특히 퀄컴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스마트폰 운영체제 사업 ‘파트너’로 삼아 일반 휴대전화(피처폰)를 스마트폰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펴기로 해, 스마트폰 문턱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고 그랜드하이얏트 호텔에서 ‘업링크 2010’ 행사를 열어, 스마트폰 운영체제 ‘브루 모바일 플랫폼’(브루MP)를 공개했다. 업링크란 퀄컴이 해마다 전세계 이동통신 전문가와 모바일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자들을 불러모아 새로운 기술과 사업 전략 등을 설명하는 행사이다.
‘기능’으로 보자면, 브루엠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아이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등과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이다. 하지만 퀄컴의 ‘전략’은 구글과 애플 등과는 딴판이다. 구글과 애플의 공세에 ‘통신망 제공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위협을 느끼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손을 내민 게 대표적이다. 폴 제이콥슨 퀄컴 회장은 “모바일은 앞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브루엠피를 활용해 기존 스마트폰 운영체제 공급업체들의 공세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입자를 늘리고,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퀄컴은 잠재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브루엠피를 스마트폰 사용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퀄컴은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 가운데 이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10%와 휴대전화를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용도로만 쓰는 10%를 뺀, 잠재 스마트폰 사용자 80%를 브루엠피 공급 대상으로 꼽았다. 폴 회장은 “브루엠피는 낮은 성능의 칩을 장착한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작동된다”며 “스마트폰 문턱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브루엠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다. 대만 에이치티시(HTC)가 인도네시아 통신업체의 주문을 받아 브루엠피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 ‘스마트’를 만들어 공급한데 이어, 미국의 버라이존·에이티엔티(AT&T)·스프린트도 연말까지 브루엠피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10여종 내놓기로 했다. 버라이존은 미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이고, 에이티엔티는 아이폰을 독점 공급했던 이동통신 사업자이다. 박문서 퀄컴 부사장은 “한국 이동통신 업체들과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브루엠피를 이동통신 칩에 포함시켜 무료로 공급할 방침이다. 칩에 포함된 브루엠피 사용 여부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결정한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가입자들에게 브루엠피폰을 공급하고 싶으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퀄컴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주문하면서 브루엠피 운영체제를 활성화시켜달라고 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퀄컴이 브루엠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당장 커다란 이득을 얻기는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퀄컴이 이동통신 칩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브루엠피로 칩과 운영체제 결정권을 가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떡밥’을 푸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샌디에이고/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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