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5 19:09
수정 : 2010.09.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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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쑥스럽게 만든 ‘소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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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정부 블로그 잇단 도입
악플 없어지고 의견교환 활발
본인 확인 사이트선 욕설 여전
악성 댓글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익명 표현을 할 수 있는 ‘소셜댓글’에 밀려나고 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확인을 의무화한 사이트에서는 악성 댓글과 스팸이 난무하지만, 익명이 보장된 소셜댓글에서는 오히려 악플과 스팸이 자취를 감추고 활발한 토론과 자유로운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역설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일간스포츠>는 홈페이지의 기사 댓글 시스템을 소셜댓글 구조로 바꿨다. <매일경제> 누리집도 지난달 24일부터 소셜댓글로 개편했다. 개편된 이들 사이트에서는 소셜댓글을 이용해 실명 확인 절차 없이, 익명으로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지난 4월 정보기술 인터넷언론 <블로터닷넷>이 하루 방문자 10만명을 넘어 실명제 적용대상이 되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실명 확인 뒤에만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존 게시판을 폐쇄한 뒤 대안으로 소셜댓글을 적용하자 실명제 대상 사이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이트도 소셜댓글을 적용하는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소셜댓글은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계정으로 쓴 댓글을 기존 게시판에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문블로그 형태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개인간 소통수단으로 본인확인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실명제 대상인 언론사만이 아니라,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가 운영하는 공식블로그들도 최근 소셜댓글을 도입했으며 민주당 정동영,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등 일부 정치인 홈페이지도 이를 적용했다. 현재까지 소셜댓글을 도입한 곳은 언론사·정부 등 40여곳에 이른다. 소셜댓글은 활발한 의견교환과 토론이 필요한 언론사나 정치인 홈페이지에서 효용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실명제를 도입한 사이트에서는 욕설과 스팸이 끊이지 않고 있고, 대부분 언론사 사이트는 음란광고 댓글로 도배되고 있어 이용자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국민 대부분의 주민번호와 이름 등이 유출돼 국외에서 건당 1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책임있는 글쓰기’는커녕 개인정보 도용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소셜댓글은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는데도, 자신의 사회관계망 계정과 연계돼 지금까지 올린 대부분 글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악플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포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 등은 실명을 노출시키며 강도 높은 인증을 요구하지만, 악플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도용당한 계정으로 피싱사기도 자주 발생한다. 기존의 실명 확인 회원과 소셜댓글을 동시 적용하고 있는 한 언론사 관계자는 “스팸댓글은 대부분 실명 확인을 거친 회원 계정으로 올라오고, 소셜댓글에서는 악플이나 스팸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도 ‘소셜댓글 처리’를 놓고 고심중이다. 사실상 게시판 기능을 하는 댓글이라 방치할 경우 실명제가 허수아비가 되는 현실이지만, 욕설이 가득한 실명제 사이트는 문제삼지 않고 악플이나 스팸이 거의 없는 소셜댓글을 제재하기도, 기술적 차단방법을 동원하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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