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6 20:02
수정 : 2010.09.06 20:02
청소년·노인 할인 ‘스마트폰 요금제’엔 없어
스마트폰이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이동통신 요금 부담을 줄여주던 안전판을 허물고 있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동통신 이용을 막고 어르신들의 이동통신 이용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 10여년 가까운 논란 끝에 만들어진 안전장치들이 스마트폰 등장으로 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체 쪽에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지만, 이용자 쪽에서 보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동통신 이용이 자살 시도나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6일 이동통신 업체들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보면, 청소년과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그동안 청소년과 어르신 대상 요금제를 따로 만들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동통신 이용을 막는 동시에 어르신들의 이동통신 이용 문턱을 낮춰왔다. 실제로 현행 청소년 요금제는 다달이 일정량 이상 이용하거나 요금이 비싼 국제로밍과 국제전화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청소년들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요금을 청구받고 부모에게 혼날 것을 걱정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발하자 마련된 장치다.
하지만 스마트폰 요금제에는 별도의 청소년용 요금제가 없다. 자녀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순간, 요금 상한이 없어지고 국제로밍과 국제전화 발신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녀가 어학연수나 여행 목적으로 외국에 갔다가 국제로밍을 통해 게임 등을 대량 이용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가량의 요금이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자녀에게 비싼 스마트폰을 쓰게 한다는 것은 요금 부담이 없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어르신들도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스마트폰용 요금제에 가입하면, ‘실버 요금제’를 통해 요금 부담을 줄여주던 혜택을 더는 누릴 수 없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그동안 65살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월 기본료를 9000~1만원으로 낮춰, 요금 부담 없이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정부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통신비가 부담스럽다’며 요금인하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요금이 부담스러우면 비싼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는 얘기다.
방통위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이동통신을 생산수단으로 규정해, 요금을 낮추기보다 이용자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용도도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의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 고가 단말기 사용자와 다량 이용자들의 요금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청소년과 소외계층의 통신비 부담 완화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불카드 요금제를 손질해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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