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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따라하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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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선두만큼만’ 서비스
KT도 ‘데이터 무제한’ 도입발신자표시·초단위요금 등
마지못해 제도개선 되풀이
전문가 “관리경쟁의 부작용”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요금을 내리면 2·3위 업체인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가 마지못해 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후발 사업자가 선발 업체를 추월하기 위해 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이 실종됐다고 볼 수 있다. 케이티는 10일부터 월 5만5000원 이상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스마트폰 사용 고객들에게 데이터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여기서 데이터통화란 휴대전화로 3세대 이동통신(WCDMA)망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존 가입자들도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통신망에 과부하가 발생하면 다량 이용자 것부터 차단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1일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 케이티는 며칠 전까지도 에스케이텔레콤의 데이터통화 무제한 이용 허용에 대해 “통신망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장까지 나서서 “통신망에 과부하가 발생할 때는 제한하겠다고 했으니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니다” “반쪽짜리 무제한”이라고 헐뜯었다. 케이티는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데이터통화 무제한 허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3위 사업자인 엘지유플러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통신망의 특성 때문에 무제한을 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월 6000원에 1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통화를 주는 오즈 요금제도 사실상 데이통화를 무제한으로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 서비스 이용료 무료화도 에스케이텔레콤이 2006년 1월에 먼저 하고,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가 새 요금제를 만들면서 시아이디 이용료 항목을 없애는 꼼수를 부리다 이달부터 마지못해 기존 요금제 것을 무료화했다. 음성통화료를 초단위로 계산하는 것 역시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 3월에 먼저 도입했고, 케이티와 유플러스는 마지못해 오는 12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지금은 10초 단위로 계산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 쪽에서 보면, 음성통화료를 1초 단위로 계산하면 10초 단위로 계산할 때 발생하는 가입자당 월 평균 800원 가량의 ‘낙전수입’을 챙길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은 유·무선 결합상품을 놓고도 벌어지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전화 가입자 수에 따라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를 공짜로 쓰게 하는 결합상품을 내놓겠다고 방통위에 인가를 신청하자,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가 “유선통신 시장을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공짜’ 마케팅 효과를 퇴색시킬 대응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신당국의 ‘관리경쟁’ 정책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마케팅비 상한까지 제시하는 방통위의 관리경쟁 정책이 이동통신 시장을 후발 업체들이 선발 업체 뒤를 따르며 흉내를 내는 ‘도깨비 놀음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동통신 업체들의 이익과 가계통신비 비중이 함께 커지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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