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3 20:28
수정 : 2010.09.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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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오브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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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참사 9돌에 즈음해 미국에서 테러국을 소재로 한 게임이 나와 시끄럽다. 미국 게임사 이에이(EA)가 만든 총싸움게임 ‘메달오브아너’(사진)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미군과 탈레반의 전쟁을 다뤘다. 이용자가 미국의 특수부대 일원이 돼 탈레반을 진압하는 내용이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탈레반군을 선택해 미군을 사살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 테러국과 싸우는 게임은 많았지만, 테러집단의 입장에서 미군을 죽이는 게임은 처음인 탓이다. 미국과 전쟁중인 탈레반은 영화나 게임에서 기피하는 소재 중 하나다.
게임 내용이 알려지자 곧 반발이 일었고 <폭스티브이>는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탈레반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방송에 나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있는데도 테러집단이 미군을 사살하는 게임이 팔린다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논란은 아프가니스탄전쟁 참전국으로도 번졌다. 영국 국방장관은 “탈레반이 영국 병사에게 총을 겨누는 아이디어가 게임 소재로 채택됐다는 게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미군은 전세계 미군기지 내에서 ‘메달오브아너’ 판매를 금지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에도 개발사는 발매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게임 프로듀서 패트릭 리우는 “우리는 전쟁 자체가 아닌 군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미군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많이 나왔다면, 탈레반의 입장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달오브아너’는 다음달 미국 발매 예정이다.
게임에서는 특정국가나 단체의 감정을 자극하는 설정이 드물지 않다. 총싸움게임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2’는 이용자가 테러집단이 돼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스크바공항을 배경으로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잔혹한 장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게임판매를 금지하고, 시판된 물량까지 전량 회수하는 등 강경대응을 했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월드 앳 워’는 일본군을 너무 잔인하게 죽인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판매금지됐다. 게임에서 일본군은 화염방사기에 타 죽거나 대검으로 찔려 죽는 것으로 묘사된다. 중동전쟁을 다룬 ‘모던워페어’는 아랍인을 무도한 악당으로 표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판매금지당했다.
논란이 뻔한 설정의 게임들이 잇따르는 이유는 홍보효과 때문이다. 러시아 국민의 심기를 건드린 콜오브듀티는 1000만장 이상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고, 메달오브아너도 350만장 넘게 팔려나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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