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삼성전자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
3분기 매출 40조로 늘었지만 영업익 5조달성 실패
IT부진 장기화 우려 속 ‘투자확대’ 지속여부 고심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존대로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형태의 공세적 사업전략을 그대로 유지할지를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인 탓에, 삼성전자가 어떤 행보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대치 못미친 3분기 실적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4조8000억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2분기에 견줘 매출은 4.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4.19% 줄어들었다. 그간 증권가에선 영업이익이 최소한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탓에 ‘어닝쇼크’(뜻밖의 충격적인 실적)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거둔 데는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반도체나 엘시디(LCD) 등 주력제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진 탓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 특유의 공격적인 사업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삼성전자는 업황이 부진할 때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수익성을 희생시켜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전략을 취해왔다. 3분기 중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든 것도 이런 전략을 취한 결과다.
실제로 엘시디 패널 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하자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생산량을 10% 가량 줄였지만, 삼성전자는 대규모 감산을 피해왔다. 지난 8월 메모리반도체인 디(D)램 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둔 것도,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경쟁사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을 때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덕택이었다.
■ 공격 행보 계속될까? 관건은 정보기술 업황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디스플레이서치나 가트너 등 국외 시장조사기관들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가트너는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로드쇼(설명회)‘에서 디램 반도체 시장이 향후 2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놨다.
전반적인 내년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도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4.8%)에 견줘, 내년엔 세계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태블릿 피시(PC)나 스마트폰 등 새로운 전자기기가 등장하는데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탄탄한 수요 기반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많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초 중국의 춘절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수요가 일어날지가 일차적인 관심 포인트”라며 “현재로선 내년 1분기 쯤 삼성전자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내년 업황 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삼성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내년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기존 스탠스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업황 움직임에 따라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런 분위기를 내비쳤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