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5 18:39
수정 : 2005.08.25 18:40
“후발주자 정부지원 끊길라…”
하나로텔레콤이 윤창번 전 사장의 사임 과정에서 외국인 대주주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처분하려는 의도를 갖고 회사 경영까지 간섭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고위관계자는 24일 “일상적인 경영 및 마케팅 행위에 대해서까지 외국인 대주주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이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그만뒀는데도, 밖에서는 ‘외국인 대주주의 요구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해석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하나로텔레콤은 특히 후발업체의 시장진입을 도와 유효경쟁체제를 만들려는 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정책에도 변화가 일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나로는 그동안 정통부의 후발업체 지원정책에 많이 의지해왔다.
하나로텔레콤은 경쟁업체쪽에서 이를 내세워 가입자를 빼갈 가능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로가 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04년치 영업보고서를 보면, 초고속인터넷 원가보상율이 107%를 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는 “통신업체들은 그동안 통신망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을 이유로 요금을 높게 받아왔고, 정통부도 묵인해줬다”며 “외국인 대주주가 주가차익을 위해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하면, 누가 하나로텔레콤 것을 이용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는 미국 투자회사인 뉴브리지 에이아이지 컨소시엄으로, 39.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내 주주로는 엘지가 5.27%, 에스케이가 4.84%, 한국투자신탁이 4.83%, 대우증권이 2.6%를 갖고 있다.
그동안 하나로텔레콤 경영진은 와이브로(2.3기가 휴대인터넷)와 광대역통합망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는 쪽에 무게를 둬온 데 비해, 외국인 대주주쪽은 당장의 이익에 더 큰 관심을 둬왔다. 윤 전 사장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통신업계의 ‘신 3강’ 구도 개편에 맞춘 인수합병 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외국인 대주주쪽과 갈등을 겪다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는 어렵게 와이브로 사업권까지 따고도 외국인 주주쪽의 요구로 포기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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