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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새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엘피(LP) 바 ‘게스후’에 모인 사람들이 노래를 즐기며 한 벽을 가득 메운 앨범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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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디지털] 디지털 음악 향유의 변화
밤이 깊도록 음악에 취한 이들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11월29일 새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바 ‘게스후’에선 밴드 들국화가 1987년 발표한 ‘사랑한 후에’부터 팝가수 비욘세의 ‘헤일로’(halo)까지 다양한 노래들이 쉼없이 흘러나왔다. 흥에 겨운 한 여성은 일어나 춤을 췄다. 이 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한 면을 천장까지 가득 채운 10만장의 엘피(LP) 음반들이다. 김형신(44) 대표가 지난 18년간 중고 엘피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앨범들이다.
스마트폰에 엠피3(MP3) 파일을 수천 곡씩 담아 언제 어디서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디지털 시대 음악 향유의 표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받으며 밀려난 엘피 레코드와 턴테이블이 점차 마니아 층을 늘려 가는 게 대표적이다. 교보문고 핫트랙스는 올해 1분기 전국 매장의 엘피 판매액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200%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늦은 밤, 바에서 커피를 두고 마주 앉은 김형신 대표는 “30~50대 중장년층이 주고객이지만, 엘피를 몰랐던 20대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축은 1970~80년대 텔레비전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추억의 물건에 가깝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턴테이블이 세계적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올해 수입량이 전년보다 5% 늘어난 8만4000개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엠피3 일변도의 디지털 음악 생태계 안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고음질 오디오 파일과 재생기(플레이어)의 부상이다. 한때 대한민국 벤처 신화를 썼던 아이리버는 이 분야를 선점하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핫트랙스 엘피 판매 1년새 2배로아이리버, 아스텔앤컨으로 새 도약 모색 “최근 엘피 선호는 복고 문화와 달라
예술감상이란 음악 본질에 접근 시도” 시디(CD)의 노래를 추출한 음악 파일은 보통 확장자 이름과 같이 웨이브(wav) 파일이라고 부른다. 이 파일들은 시디와 같은 음질을 지니지만 크기가 한 곡에 수백 메가바이트(MB)에 달할 정도로 크다. 엠피3는 여기서 사람의 가청 범위 밖의 데이터들을 잘라내고 나머지를 압축해 만들어지는데, 한 곡당 3~4메가바이트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내용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고음질 오디오 파일은 이런 손실을 없애고 시디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압축한 파일을 말한다. 플랙(FLAC) 파일이 대표적인데 용량이 30~40메가바이트에 이른다. 무손실 압축음원이라고도 불린다. 아이리버는 2012년 무손실 음원 전용 플레이어인 ‘아스텔앤컨’을 출시하며, 2000년대 초반 세계를 휩쓸었던 엠피3 플레이어 선두로서의 명성을 되찾으려 노력중이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 오디오 플레이어 제품군의 매출은 2012년 146억원, 2013년 153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스텔앤컨은 고급형이 278만원에 이르고, 곡도 한 곡당 1000~2000원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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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쿠르베’ 청음실에서 박성제 피에스제이(PSJ)디자인 대표가 턴테이블에 엘피를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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