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4 19:52
수정 : 2005.10.04 19:54
게임개발원 국감자료…자녀가 부모 주민번호 알면 ‘무사통과’
서울 상계동에 사는 김영배(44)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ㄴ’ ‘ㅇ’ 온라인 게임에 가입한 뒤, 휴대전화로 3만원을 결제한 것을 발견했다. 현행법상 만 14살 미만 청소년은 온라인게임 가입 때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워 부모 동의 과정을 통과하고, 휴대전화 결제까지 사용했다. 김씨는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 가입을 위해 어른들 주민등록번호 한두개는 기본으로 외우고 있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미성년자들이 즐기는 온라인게임 가운데 상당수가 부모 동의 확인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춰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최근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미성년자 이용이 가능한 인기 온라인게임 15개 가운데 10개에서 이런 문제가 발견됐다.
이들 사이트가 채택한 인증 방법은 대부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실명·전자우편 등을 묻고, 동의 여부를 묻는 전자우편을 보내 답장이 오면 미성년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자녀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 경우 새 전자우편 계정을 만들어 쉽게 조작이 가능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한빛소프트 ‘팡야’, 윈디소프트 ‘겟앰프드’ 등 인기 게임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가입과 결제가 가능했다. 반면, 모범 사례인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씰온라인’은 보호자의 친필 동의서를 우편으로 보내게끔 하고,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도 부모와의 확인 통화를 녹음하는 등 보호자 확인 절차가 엄격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미성년자 이용자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워 몰래 휴대전화 결제를 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해당 게임 업체가 충분한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면 치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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