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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 시흥시 서해초등학교 6학년 5반은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고, 각자의 스마트폰 생활 습관을 점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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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디지털]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 가보니
잠시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던 세진이가 책상 위의 펜을 들었다. 파란색 카드에 “공부할 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몰랐던 숙제를 친구들이 카톡으로 알려준다”고 썼다. 빨간색 카드에는 “게임을 하다보면 계속하게 된다.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없이 놀기 힘들다”고 적었다. 책상을 마주한 같은 모둠의 채연이는 빨간 카드에 “공부할 때 스마트폰이 울려서 방해된다.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파란 카드에는 “모르는 것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친구들과 빨리 연락할 수 있다. 시간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파란색, 빨간색 카드에 적는 수업활동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시흥시 서해초등학교 6학년 5반은 방학을 앞두고 각자의 스마트폰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특별한 수업활동을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하는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 시범학교 중 한곳으로 선정되어, 진행되는 활동이었다. 이날 서해초 6학년 5반 교실은 내내 진지했다. 학생 30명 모두 준비된 교재에 정성껏 기록하고 지도교사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권형민 선생님은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에서 근무 해온 ‘얼리어답터 교사’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보면서 신기술의 빠른 활용보다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이런 문제를 연구·교육하는 교사단체인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30명 중 27명이 스마트폰 사용연락도구로 사준 뒤에, 부모 지도 없어
학생 스스로 장단점 생각하게 한 뒤
불필요한 앱 삭제, 바른 사용법 찾기 이날 수업은 ‘스마트폰 바구니 만들기’ 공작으로 시작했다. 준비된 교재를 이용해 학생들이 종이접기로 가족용 스마트폰 바구니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바구니는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도록 4칸으로 완성됐다. 학생들은 바구니를 조립하면서 저마다 이름을 붙였다. ‘스마트폰 졸음쉼터’ ‘스마트폰 휴게소’…, 옆면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이 바구니에 담고 싶은 각오를 써 붙인 경우도 많았다. “2시간 이상 사용금지” “나 좀 쉬자!” “10시 이후 사용금지”…. 이 교실 벽에는 어린이 글씨체로 ‘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용법’ 규칙이 붙어 있다. “1. 채팅할 때 언어예절 지키기 2. 학교 정문에서 스마트폰 끄기 3. 밴드에 쓸데없는 것 올리지 않기 4. 게임 4개 이상 깔지 않기 5. 잔인한 게임, 동영상, 음란물 보지 않기”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서 스스로 만든 규칙이다. 규칙을 어길 때는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물어봤더니 “없다”고 대답한다. 스마트폰을 학교에 가져오거나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벌칙은 전혀 없다. 권형민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조절능력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벌칙이나 불이익은 이런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 관련한 규칙들은 모두 학생들 스스로 학급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4, 5, 6학년들은 올해부터 개인별·학급별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시범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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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스스로 기록한 스마트폰의 장단점과 스마트폰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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