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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7 14:16 수정 : 2005.11.07 17:47

언젠가부터 슬라이드형 휴대폰이 폴더형을 넘어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볼 때엔 디자인은 폴더형이 더 예쁘지만 원하는 기능이 슬라이드형에 내장되어 있어 슬라이드형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문제 한 가지를 직감했다.

휴대폰 디자인의 대세는 크게 (냉장고형-)플립-폴더형-슬라이드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립에서 폴더로의 전환은 기술적인 진보와 디자인적인 니즈에 의해서 생겨놨다고 한다면, 요즘 슬라이드형의 대세 전환은 더더욱 빨라지고 각박해지는 세상을 반영한 듯 싶다.

이 변화는 통화를 마치고 끊는 순간에 찾아볼 수 있다.

만약에 폴더형을 쓰는 유저라면 대화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1> 전화를 귀에서 뗀다
2> 폴더 상단을 잡거나 어디에 기댄다.
3> 닫는다.

혹은
1> 전화를 귀에서 뗀다
2> 키패드를 시야 안으로 보이게 옮긴뒤 종료 버튼을 누른다.


반면 슬라이드형을 쓰는 이용자라면 그 시간이 찰나의 차이지만 좀 더 빠르게 종료를 할 수 있다.
1> 통화가 끝나갈 즈음에 손가락 하나를 슬라이드 최상단에 걸친다
2> 내린다
끝이다.

길어야 1초도 안 되는 시간 차이겠지만 슬라이드의 원상복귀 탄력은 너무나 순식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자기도 모르게 통화를 불친절하게 끊기 쉽다. 통화를 마칠 때의 예의는 상대방이 말을 끝내자마자 종료음을 내선 안 되는 것임은 만인이 알고 있지만, 슬라이드의 그 탄력에 맛들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아주 불친절한 휴대폰 이용자가 되기 쉽다.

신경써서 통화를 종료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신이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끊긴 전화를 잠시 놀란듯 바라보며 '무지 바쁜가 보네' '어 이 사람 매너가 왜 이래'

얼굴보다 목소리로 만나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인데, 친절하게 통화를 마쳐야 하는데 슬라이드폰은 그 친절한 시간마저 빼앗아 간 듯 싶다. 이 문제를 직감한 이후론 전화끊기가 아주 조심스럽다.
통화가 끝나간다면...
1. 왼손 둘째 손가락에게 경고사인을 보낸다.
2. 통화가 끝난다. 전화를 귀에서 뗀다.
3. 조용히 액정이 시야에 보일 때까지 전화기를 옮긴다.
4. 슬라이드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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