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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30 09:16 수정 : 2006.01.30 09:16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 뉴스 판쳐…기사 질은 ‘글쎄’
심화되는 조회수 경쟁…포털이 '제목 낚시질' 앞장서기도

포털사이트가 '함량미달 뉴스'의 홍수로 멍들고 있다.

포털 뉴스는 당초 속보성과 쌍방향성이라는 강점에 더해 오프라인 매체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극복하고 모든 매체를 이용자가 평등하게 접할 수 있게 해 큰 호응을 받으며 뉴스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점차 조회수 경쟁 위주로 치우치면서 조악한 기사를 쏟아내 네티즌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 기사 = 기본적 사실 관계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등을 여과 없이 퍼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 12월27일 온라인 매체 N뉴스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시리즈 마지막인 7권에서 해리 포터가 죽는 내용을 집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작가가 홈페이지에 쓴 일기에서 7권으로 시리즈가 끝나 아쉽다고 밝힌 내용('it will all be over at last and I can't quite imagine life without Harry')의 오역으로 밝혀져 포터의 죽음을 슬퍼하던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한 농구 스타 샤킬 오닐 등 하객 400여명에게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선물했다는 기사(M사, 작년 1월24일)도 오닐이 트럼프에게 축하 선물로 차를 준 것을 거꾸로 해석한 것으로 드러나 '기자가 제 정신이냐'는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작년 12월26일에는 배우 제시카 알바가 영화에서 한글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는 기사(K뉴스)가 떴으나 기자가 단역 배우를 알바로 착각한 것으로 밝혀져 기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 기사를 쓴 A기자는 작년 7월 '험상궂은 용모로 인터넷에서 놀림감이 된 이른바 '덮녀'의 어머니가 눈물의 호소문을 올렸다'는 기사를 썼다가 한 네티즌의 장난글로 밝혀지자 사과문을 내보냈다.

이 기자는 또 인터넷 종량제를 풍자한 네이버 패러디 이미지를 임의로 다음 패러디로 바꿔 내보냈다 원작자의 항의를 받는가 하면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셔플(실제로는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플은 별도 제품)'의 가짜가 등장했다는 기사(1월11일) 등으로 네티즌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상식 이하 기사 판친다 = '견훤지간(견원지간)', '전후무후(전무후무)', '이성애자로 커밍아웃(양성애자로 커밍아웃)'…

이처럼 단순 맞춤법 실수로 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표현들도 포털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X양이 라이벌 Y양에게 꼼짝 못하는 이유(W사, 작년 3월23일)' 기사는 앙숙지간인 여성 연예인 2명의 관계를 "서로에게 지고는 못 사는 견훤지간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묘사했다.

작년 1월26일 S사 기사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제작진이 전후무후한 여주인공 캐릭터를 창조하려 노력 중이라고 썼다.

'헐리웃 스타, 이성ㆍ동성 모두 사랑한다?(Y사, 작년 3월4일)' 기사는 "일라이저 우드, 올랜도 블룸 등 할리우드의 여러 배우들이 이성애자라는 의혹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수준 이하의 기사들이 속출하자 네티즌들은 "기본 어휘력이 딸리는 기자들이 너무 많다. 요즘 기자들은 시험도 안 보고 막 뽑느냐(네이버 ID hitpop75)"고 힐난을 퍼붓고 있다.

◇ 제목으로 '낚시질', 포털도 가세 = 평이한 기사의 제목을 '화끈하게' 달아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 행태도 포털 뉴스의 전형적 행태 중 하나다.

'박주영 "일본에 지는 방법 모른다"(J뉴스, 작년 1월25일)' 기사의 내용은 축구선수 박주영이 대일전에서 패한 적이 없다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 전부였으나 박주영 자신이 발언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제목 덕분에 스포츠기사 조회수 1위에 올랐다.

아예 매체와 상관없이 포털 스스로 기사 제목을 멋대로 바꿔서 '낚시질(네티즌들을 속여서 끌어들이는 행위)'에 나서기도 한다.

연합뉴스는 작년 6월15일 영화 '오로라공주' 배우 문성근의 인터뷰 기사를 '문성근 "이제야 맞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이 기사는 영화 내용 소개와 유명 여배우 출신 첫 감독인 방은진 감독과의 작업 과정 등을 다룬 일반적인 인터뷰 기사로 정치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다음은 제목을 '문성근, 명계남 제작영화로 복귀'로 바꿔 올렸고 이들의 정치성향에 불만을 가진 네티즌들이 몰려 '개사모 뒈X라', '빨갱이들 꺼져라' 등의 `악플'로 댓글란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영화 소개라는 기사의 원래 취지는 실종됐다.

작년 7월19일 네이버 메인 페이지는 '언론 "박찬호, 불펜에 책임전가"'라는 제목의 뉴스를 올렸으나 박찬호와 동료들의 뜨거운 말다툼을 예상하고 들어온 네티즌들은 정작 '박찬호의 투구 이닝수가 적어 불펜진의 부담이 크다'는 기사 내용에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개그 듀오 '컬투'는 네이버가 컬투 관련 기사를 원제와 상관없는 '웃찾사 경쟁에서 낙오된 컬투' 등의 엉뚱한 제목으로 바꿔 게재해 피해를 입었다며 최근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제목을 바꾸는 것은 주어진 공간에 맞추기 위해 단순 축약하거나 한 사안에 대한 여러 기사를 묶어 패키지 식으로 전달하는 경우로 한정되며 의도적으로 원래 제목의 뜻을 바꾸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작년 5∼6월 중 24일간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 등 포털 3사 메인 페이지에 게재된 기사 4천659건을 분석한 결과 12.6%가 원래와 전혀 다른 의미로 제목이 바뀌는 등 포털들이 기사 제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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